인수할껀지 포기할껀지HDC-산은 핑퐁식 공방 벌써 7개월불확실성 장기화… 일각 '워크아웃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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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나항공

    “HDC가 인수를 하겠다는건지, 말겠다는건지 알 수가 없으니 불안하고 혼란스럽다.”

    11일 KDB산업은행과 HDC현대산업개발의 핑퐁게임을 지켜보던 아시아나항공 한 직원은 이같이 말했다.

    매각이 지연되는 것인지, 무산되는 것인지 현재 상황을 봐서는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매각 대상인 아시아나항공 임직원들로서는 답답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여파로 회사의 재무상태는 바닥을 드러냈다. 임원들은 최대 60% 급여를 반납했고 직원들은 순환휴직으로 그만큼 급여가 줄었다. 그럼에도 버티면서 매각이 조기에 마무리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자본력이 든든하다던 HDC마저도 태세전환을 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HDC 측은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상황 변화를 고려해 인수조건 등 매각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산은(채권단)에 요청했다. 현재로서 아시아니항공을 2조5000억원 주고 사기에 비싸다는 속내가 깔려 있는 셈이다.

    이에 산업은행은 인수가격 재협상은 힘들지만, 거래종료 시한 연장과 인수조건 재검토 등은 수용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HDC가 적극적인 자세로 협상에 나서라며 구체적인 요구사항 등을 제시하라고 압박했다.

    이처럼 산은과 HDC 양측 모두 매각 무산에 대한 부담이 큰 만큼 명분을 쌓기 위한 핑퐁게임을 하고 있다. 중간에 껴 있는 아시아나항공만 낙동강 오리알 처럼 갈 곳을 잃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직원은 “코로나19 때문에 직원들 모두가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매각도 흐지부지 되는 것 같아서 우려스럽다”며 “매각이 무산될 경우 우리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답답하고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매각이 언제 마무리될지, HDC가 예정대로 인수를 하는 것인지 등 여러가지 불확실성이 직원들의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지체될 수록 직원들의 고통은 커져 갈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급할 것 없는 HDC로서는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인수가격을 줄이거나, 정부 지원을 최대한 이끌어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업황도 회복 기미를 보일 때쯤 매각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칼자루를 쥔 HDC가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에게 희망고문을 주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