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온도계' 근원물가 열두달째 0%대… 5월 이후 소폭 상승세 '눈길'전셋값 0.3% ↑, 작년 5월 이후 최대… 국제유가 하락에 도시가스 10.4% ↓재난지원금 효과 제한적… 외식물가는 석달째 0.6% 상승에 그쳐
  • ▲ 식료품 가격 오름세.ⓒ연합뉴스
    ▲ 식료품 가격 오름세.ⓒ연합뉴스

    국제유가 하락에도 장마에 따른 농·축·수산물 출하 감소와 지난해 작황 호조로 가격이 내렸던 기저효과로 소비자물가가 석달만에 반등했다.

    그러나 '경기 온도계'로 불리는 근원물가는 지난해 8월 이후 12개월째 0%대를 기록했다. 지난 5월 이후 0.1%씩이지만 석달째 소폭의 상승세를 이어간 것은 그나마 고무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기준이 되는 근원물가도 소폭이지만 두달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전 국민에게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은 돼지고기·쇠고기 등 일부 품목에 제한적인 영향을 줬지만 전반적인 물가상승을 견인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통계청이 내놓은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6(2015년=100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3% 올랐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9월(-0.4%) 사상 처음 마이너스(-) 물가를 찍고 다시 플러스(+)로 전환했다가 8개월 만인 지난 5월(-0.3%) 다시 0%대가 무너졌다. 6월 공식 기록은 보합(0%)이었지만,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따져보면 -0.01%로 하락했다. 사실상 석달 만에 플러스로 반등한 셈이다.

    품목성질별로 살펴보면 농·축·수산물(6.4%)과 서비스(0.2%)는 지난해보다 상승한 반면 공업제품(-0.4%)과 전기·수도·가스(-4.5%)는 하락했다.

    농·축·수산물은 양파(39.0%)와 고구마(37.0%), 돼지고기(14.3%), 국산쇠고기(9.8%) 등의 상승 폭이 컸다. 생강(-24.8%), 고춧가루(-12.3%), 마늘(-9.4%), 쌀(-1.7%)은 가격이 내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축산물 가격 상승이 지속되는 분위기다.

    공업제품은 석유류가 가격 하락을 견인하는 모양새가 이어졌다. 경유(-13.8%), 휘발유(-8.6%)가 내렸다.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5.0%)와 등유(-14.6%)도 하락했다. 국제유가 하락이 반영됐다는 게 통계청 설명이다. 통계청은 국제유가가 4월 바닥을 찍고 반등했으나 석유류 가격은 여전히 지난해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했다. 구두(7.0%)와 여자겉옷(2.9%), 수입승용차(5.3%), 햄·베이컨(5.2%) 등은 지난해보다 올랐다.

    전기·수도·가스는 지역난방비(0.7%)는 오르고 도시가스(-10.4%)와 상수도료(-1.5%)는 내렸다. 도시가스는 석유류 가격과 연동돼 함께 내렸다.

    서비스 부문은 상승률이 0.2%에 그쳤다. 공공서비스(-1.9%)는 내리고 개인서비스(1.1%)는 올랐다. 집세는 0.2% 상승했다. 전세(0.3%)·월세(0.1%) 모두 올랐다. 특히 전셋값은 정부의 부동산 임대정책 여파로 지난해 5월(0.3%) 이후 최대로 올랐다.

    공공서비스는 시내버스료(5.3%)와 외래진료비(2.4%)는 오른 반면 고등학교납입금(-67.9%)과 휴대전화료(-1.3%)가 내렸다.

    개인서비스는 휴양시설이용료(22.0%)와 보험서비스료(8.1%), 공동주택관리비(4.7%), 구내식당식사비(2.3%)가 올랐지만, 학교급식비(-63.0%)와 병원검사료(-10.1%), 가전제품렌탈비(-8.4%), 해외단체여행비(-5.4%)가 줄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해외단체여행이 줄고, 학년별 순환 등교로 급식비가 줄어드는 상황이 이어졌다.

    서비스 물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 물가는 석달 연속 0.6% 오르는 데 그쳤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살포로 음식·숙박업 생산활동이 증가하면서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줄 거로 예상됐으나 그 수준은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 ▲ 7월 소비자물가 발표.ⓒ연합뉴스
    ▲ 7월 소비자물가 발표.ⓒ연합뉴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 상승했다. 12개월째 인상률이 0%대에 머물고 있다. 다만, 지난 5월(0.5%) 두달 만에 반등한 이후, 소폭(0.1%)이지만 석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디플레이션(수요 부진으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지만, 상승세 유지는 고무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OECD 기준의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도 지난해보다 0.4% 올랐다. 두달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해 11월 0.5%, 12월 0.6%, 올 1월 0.8%로 상승 폭이 커지다 2월(0.5%) 이후 둔화하더니 6월부터 다시 오름세다.

    체감물가를 파악하려고 지출 비중이 크고 자주 사는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와 변동이 없었다. 식품(2.8%)은 상승한 반면 식품 이외(-1.6%)는 하락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여전히 '집밥' 수요가 늘어난 탓으로 보인다.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8.4% 상승했다. 생선·해산물 등 신선어개(6.0%)와 신선채소(16.5%), 신선과실(2,2%)이 모두 올랐다.

    지역별 등락률을 보면 인천(0.7%), 서울·충남·전남(0.5%), 충북(0.4%), 경기·강원·경남(0.3%), 광주·대전·전북(0.2%), 울산·제주(0.1%)는 올랐고, 부산(-0.1%), 대구(-0.3%), 경북(-0.4%) 등은 각각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