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촉탁제' 현장직 찬성 몰표임원진, 부서별 달래기 진땀30년 고착화 임금체계 손봐야… 정의선號 첫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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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단협을 순조롭게 마무리 한 현대차의 내부 술렁임이 계속되고 있다.

    현장직 중심의 몰표로 52.8%로 가결됐지만 연구소와 저연차 사무직 직원들의 불만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생산현장에선 시니어 촉탁제 도입 등 고용보장의 성과를 얻은 받은 반면 사무직의 경우 기본급이 낮고 성과급이 높은 임금 체계 상, 동결은 곧 삭감과 마찬가지라는 볼멘소리다.

    일부 직원들은 미래가 없다며 이직 스터디까지 결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문별 해당 임원들이 진무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양새다.

    이들이 회사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인재라는 점에서 당근책이 필요하단 지적이 제기된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9월 26일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찬성률 52.8%로 통과시켰다. 이번 투표는 노조가 임금동결에 선동의한 뒤 이뤄진 터라 그 어느 해보다 관심이 컸다.

    이틀 뒤인 28일엔 타결 조인식까지 열고 무파업으로 최종 마무리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대승적 선택이었다며 노조의 결단에 큰 박수를 보냈다.

    반면 끝까지 반대표를 던진 40%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투표는 현장직 조합원과 사무직 노조의 선택이 크게 갈린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례적으로 연구소와 저연차 사무직 직원들은 대부분 반대표를 던졌다.

    반대한 이유는 명확하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충분히 공감하나, 올해 임금협상은 지난해 실적을 놓고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사상 최초로 매출 100조원을 넘어섰다. 연간 영업이익은 3조6847억원으로 전년 대비 52% 증가했다.

    2018년 연말 출시된 팰리세이드가 5만2299대 팔리며 실적을 이끈 결과였다. 자연스레 임금협상에 대한 직원들의 기대감도 높았다. 
     
    10년내 정년에 도달하는 직원만 1만여명에 달하는 현장직의 경우 이러저러 부수합의 외 시니어 촉탁제 시행에 관심이 더 많았다. 

    시니어 촉탁제는 정년퇴직자 중 희망자에게 회사가 신입사원에 준하게 임금을 지급하고 1년 단기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들은 한해 임금을 덜 받는 대신, 퇴직 후에도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에 찬성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연구직과 사무직 들은 노조를 향해 노골적인 불평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는 그 화살을 회사로 돌리기도 한다. 임원들은 부랴부랴 부서별 담당자를 모아놓고 내부 설명회를 열며 달래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현대차 한 직원은 "밤낮 열심히 일했는데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 것에 화가 난다"며 "이에 실망한 일부 직원들이 퇴사를 위한 이직 스터디까지 꾸린 것으로 안다"며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현대차의 잘못된 임금체계가 근원적인 문제라 지적한다. 기본급이 낮고 성과급이 높은 현대차의 임금 체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차 입장에선 연구소와 저연차 사무직원들의 일탈은 아픈 손가락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임금체계의 문제점을 공감하면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안이기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박사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면 괜찮은데 연구직, 사무직과 같은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며 "이는 비단 현대차만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0여년동안 고착화된 임금체계를 노조 파워가 쎈 현대차가 나서서 쉽게 꺼낼 수가 없다"며 "잘못했다간 노노간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만큼 시간을 가지고 협의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