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요금 '유보신고제' 전환… SK텔레콤 온라인 요금제 '첫선'이통사 경쟁·통신요금 인하 효과 기대… 정부, 3만원대로 요금 떨어져 '고심'알뜰폰 활성화 정책과 상충 비난 목소리 높아
  • 유보신고제가 첫 적용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정책과 앞뒤가 맞지 않은 탓에 자율경쟁은 커녕 정부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SK텔레콤이 신고한 '온라인 전용 요금제'에 대한 수용 여부를 오는 19까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요금제 신고가 접수된 날로부터 15일 안에 인가 또는 반려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29일 과기정통부에 기존 요금보다 30% 저렴한 수준의 5세대(5G)와 LTE 온라인 전용 요금제를 신고했다. 월 3만원대(데이터 9GB), 월 5만대(데이터 200GB)의 5G 온라인 전용 요금제와 월 2만대(데이터 1.2GB) LTE 온라인 전용 요금제 등이다.

    이번에 SK텔레콤이 신고한 요금 인가제는 유보신고제의 첫 사례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와 유보신고제 신설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통과되면서 통신요금이 인가제에서 유보신고제로 전환됐다.

    앞서 운영됐던 요금인가제는 정부로부터 인가받은 요금제가 타 사업자 요금 설정 기준이 되면서 요금담합 등 비판이 제기됐다. 이통3사가 비슷한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소비자 선택권이 줄어들었고, 요금제 경쟁에도 부정적 영향을 줬다.

    이와 달리 유보신고제는 사업자가 정부에 요금 이용 약관을 신고만 하면 신규 출시가 가능한 제도다. 기존에는 정부가 허가를 내줘야만 신규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었지만, 해당 제도를 도입하면서 이통3사가 유연하게 요금제를 결정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지배적 사업자의 경우 정부가 최장 15일간 신고를 유보할 수 있는 기한을 뒀다. 정부는 이 기간 동안 요금제가 이용자 이익이나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요소가 있는지 검토한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요금제를 반려할 수 있다.

    업계에선 유보신고제 도입으로 이통사간 자유로운 요금제 경쟁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첫 적용 사례부터 정부가 반려를 고민하고 있다는 말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과거 인가제와 달라진 게 없는 말 뿐인 신고제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에 SK텔레콤이 제출한 온라인 전용 요금제는 알뜰폰 요금을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요금제가 출시되면 소비자로선 굳이 알뜰폰을 선택할 이유가 사라진다.

    저가 알뜰폰을 육성하겠다는 정부 정책과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알뜰폰 시장에 대한 통신3사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SK텔레콤이 신청한 저가 요금제를 유보할 것이란 말이 나왔다.  
  • ▲ 알뜰폰스퀘어 단말기존.ⓒ뉴데일리 엄주연 기자
    ▲ 알뜰폰스퀘어 단말기존.ⓒ뉴데일리 엄주연 기자
    과기정통부는 통신비 절감과 함께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도매대가를 인하하고 통신사의 5G망 도매 제공을 의무화는 등 알뜰폰 사업자의 원가부담을 줄이고 이용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는데 힘을 쏟았다.

    이에 알뜰폰 업계는 지난 6일 성명서를 내고 도매대가를 조정해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SK텔레콤의 통신비 인하 노력은 환영하지만 이들 상품이 출시되면 알뜰폰은 5G 시장에서 퇴출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선 과기정통부가 SK텔레콤의 온라인 요금제를 허용하는 대신 알뜰폰 업계가 제시한 도매대가 인하 조건을 받아들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보 신고제 도입 첫 사례라 불허는 부담스럽고, 알뜰폰업계 악영향은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을 포함한 통신 3사의 요금 인하를 지속적으로 압박해왔다. 지난해 KT가 이통 3사 중 최초로 월 4·6만원대 5G 중저가 요금제를 내놓은 데 이어 LG유플러스도 새해를 맞아 5G 중저가 요금제를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SK텔레콤의 3만원대 요금제 출시 여부를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가계 통신비를 절감하겠다는 목표와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모두 만족시키기는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