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첫 OLED 모니터에 JOLED 패널 탑재獨 루프트한자 기내용 OLED 디스플레이 개발 맞손삼성디스플레이에 특허 소송...삼성 맞제소하며 '극과 극' 행보中 TCL까지 합류한 韓 디스플레이 견제 목적
  • ▲ LG 울트라파인 올레드 프로 모니터 이미지 ⓒLG전자
    ▲ LG 울트라파인 올레드 프로 모니터 이미지 ⓒLG전자
    삼성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기술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일본 디스플레이 기업 JOLED가 LG와는 잇따라 협력 행보에 나서 관심이 쏠린다. 중국 최대 가전업체 TCL을 투자자로 끌어들인 JOLED가 디스플레이 틈새시장인 중형 OLED 분야를 우선적으로 공략하는 동시에 LG를 우군으로 끌어들여 삼성을 견제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을 펼치는 모습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14일(미국시간) 막을 내린 'CES 2021'에서 첫 OLED 모니터인 32인치 '울트라파인 올레드 프로'를 선보였다. 영상 제작 전문가용 프리미엄 제품으로 출시되는 이 제품에는 일본 디스플레이 제조사인 'JOLED'의 패널이 탑재된다.

    JOLED는 일본 대표 디스플레이 기업이다. 6년 전인 지난 2015년 일본 정부 주도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와 재팬디스플레이(JDI), 파나소닉, 소니 등이 모여 설립한 OLED 전문 제조사다. 한국과 중국, 대만 등에 디스플레이 주도권을 뺏긴 일본이 국가 차원으로 절치부심해 JOLED를 출범했다.

    이후 잉크젯 프린팅 OLED 분야에서 공동 연구를 진행했던 중국 TCL의 디스플레이 제조 자회사 CSOT와 최근 자본제휴 계약을 체결하며 또 한번 새로운 도약에 나섰다. CSOT는 JOLED에 300억 엔(약 3200억 원)을 투자한데 이어 200억 엔을 추가로 출자해 지분 11% 가량을 확보했다. 이외에도 신규 패널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필요한 장비를 갖출 수 있는 자금을 빌려주는 등 JOLED의 든든한 돈 줄 역할을 맡게 됐다.

    중국과 손을 잡은 JOLED는 이후 LG와 관계 구축을 시작했다. 지난해 말 JOLED는 LG전자가 독일의 항공사 루프트한자와 기내용 디스플레이 개발을 위해 설립한 합작사와 먼저 파트너십을 맺었다. JOLED가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인 중형 OLED 디스플레이를 이 합작사와 함께 개발하고 납품하는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동시에 LG전자의 첫 OLED 모니터 패널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으면서 관계는 더욱 공고해졌다. 이번 OLED 모니터 신제품 출시를 시작으로 향후 중형 패널이 사용되는 모니터와 노트북 등에서 OLED 채택이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JOLED와의 이번 협력은 신호탄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가 JOLED 외에도 BOE 등 중국 디스플레이업체와의 협력에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동맹 기류는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LG전자는 최근 선보인 첫 롤러블(rollable) 스마트폰 'LG 롤러블'에도 중국 BOE의 패널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기존 보급형 스마트폰에 이어 프리미엄급 폰에서도 외부 패널을 채택하는 경우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 ▲ JOLED 로고 ⓒJOLED
    ▲ JOLED 로고 ⓒJOLED
    이처럼 JOLED가 LG와 전략적으로 끈끈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과 달리 삼성과는 날 선 공방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JOLED는 지난해 6월 미국과 독일에서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를 상대로 특허 침해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JOLED는 삼성 측이 OLED 유기물 재료 기술 관련 특허를 침해했고 이 기술이 사용된 갤럭시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있다며 공격했다.

    여기에 삼성도 즉각 맞소송에 나섰다. 지난 8일 삼성디스플레이는 미국 텍사스 서부지방법원에 JOLED와 에이수스(ASUS)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하고 있는 OLED 기술특허 일부를 JOLED가 침해했다는 것이 골자로, JOLED가 침해한 특허를 활용해 만든 OLED 패널로 제품을 만들어 미국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에이수스도 소송 대상에 포함시켰다.

    업계에서는 JOLED가 디스플레이 시장 대세로 떠오른 OLED 시장 경쟁에서 우위에 올라서고 현재 주력으로 삼고 있는 중형 디스플레이에서 나아가 소형과 대형 시장도 점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삼성과 LG를 활용하고 있다고 평한다. LG와는 협력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가져가는 대신 삼성에는 강력한 견제구를 던져 글로벌 최강자인 한국 디스플레이를 필요에 따라 이용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JOLED가 TCL과 손을 잡으면서 기존 주력인 중형 OLED 외에 대형 분야에서도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췄다"면서 "상대적으로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소형 OLED 시장에서 최강자인 삼성을 우선적으로 견제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삼성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막대한 투자금을 들여 차세대 기술 개발에 나서는 상황까지도 견제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더불어 JOLED가 삼성과 LG를 대하는 최근 행보가 결국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한국 디스플레이를 저지하기 위한 일본과 중국의 합작이라는 점에서 경계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본이 키워온 OLED 기술력에 중국의 막대한 자금줄이 더해진데다 전략적으로 한국 디스플레이업계를 이용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며 국내 디스플레이업계도 이전보다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