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4000여명 전수조사, 투기의혹 사례 '20명'공공개발 신뢰도 추락에 시장 불안·혼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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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한 1차 조사결과가 발표됐으나 비난 여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를 내놓은 탓에 신뢰도 추락은 물론 국민 불신만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2·4대책을 밀어붙일 방침이나 불안감에 매수심리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12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부동산 시장점검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2·4공급대책을 포함한 부동산 정책은 발표한 계획과 제시된 일정에 따라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도심개발사업 후보지는 3월말에 발표하고, 15만호 공급 잔여 신규 공공택지 입지 역시 예정했던 4월에 공개하겠다고 설명했다.7월 예정된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일정 역시 향후 관련 조사와 수사 진행상황에 상관없이 진행한다고 강조했다.LH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에도 불구하고 집값 안정화를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기존 공급대책을 밀어붙이겠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아울러 LH직원 투기와 관련해서는 범죄와 전쟁한다는 각오로 투기조사 수행과 투기근절방안,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합동조사단은 지난 11일 국토부·LH직원 총 1만4000여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총 20명의 투기의심사례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LH직원 투기 의혹이 불거진 뒤 정부는 즉각 전수조사에 착수하고 기존 공급대책도 강행하며 부동산 정책 정상화에 나섰지만 이를 바라보는 여론의 불만은 점점 커져가는 모습이다.부동산 온라인커뮤니티와 각종 오픈채팅방에서는 기존 공급대책을 밀어붙이는 정부에 대한 불신을 표출하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거리로 나서서 시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선릉로 LH서울지역본부 앞에서는 시민 10여명이 모여 LH직원 규탄 시위를 벌였다. 이번 주말에도 전국 각지에서 LH직원 투기 사태 관련 시민단체들의 시위가 벌어질 예정이다.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도 3기 신도시 철회 의견이 게재된 뒤 빠른 속도로 동의인원이 몰리고 있다. 오전 12시 기준 약 7만명이 넘는 이들이 신도시 지정을 취소해야한다며 지지의사를 강하게 표출하는 상황이다.게다가 2·4공급 대책을 내세웠던 변창흠 국토부 장관 사퇴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시장 불안감은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여당 내부에서 LH수장이었던 변 장관을 사퇴해야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변 장관도 "자리에 연연않고 결정에 따르겠다"고 언급하는 등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일각에서는 이번 LH직원 투기 사태로 부동산 시장이 변곡점을 맞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익명을 요구한 A대학 교수는 "LH직원 투기 사태로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고, 국토부 장관 교체까지 거론되는 등 혼란을 수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집값이 이미 올라 패닉바잉 등 예전처럼 매수세가 강하게 나타나진 않겠지만 불안정한 공급정책은 장기적으로 수요자의 매수심리를 자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서울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도 한동안 주춤하던 매수세가 되살아날 가능성에 무게를 실고 있다. 송파구 A중개업소 대표는 "서울 외곽지역 아파트나 수도권 구축 아파트 등 중저가 아파트 매물을 찾는 수요자는 여전히 많은 편"이라며 "어수선한 상황에서 3기 신도시 청약만 믿고 기다리기에는 리스크가 크다고 보는 젊은이들이 매수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2·4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가격 상승률은 5주 연속 (0.10%→0.09%→0.08%→0.07%→0.07%) 둔화됐으나 향후 추이를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최근 집값 관련 "2·4공급대책 영향과 미국발 금리인상 우려로 매물이 늘고 매수세가 둔화해 관망세를 보이고 있지만 재건축이나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상승폭이 유지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