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AH, 수차례 답변 미루다 끝내 침묵산은 "투자의향서 없이 지원 불가"투자유치 연장-새 투자자-M&A 최선청산시 전방위 후폭풍… 일자리와 車 생태계 붕괴
  • ▲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쌍용차
    ▲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쌍용차
    쌍용자동차가 새 주인 찾기를 매듭짓지 못하면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매각 작업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미국 HAAH오토모티브(HAAH) 투자 결정이 늦어지는 데다 상장폐지까지 갈 수 있어 청산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염려가 현실화하면 인력 구조조정과 부품 회사 생태계 붕괴, 지역경제 악화, 개인투자자의 속앓이 등 파장이 전방위적으로 거세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쌍용차는 HAAH가 인수를 최종적으로 확정하지 않았다고 1일 밝혔다. 그간 HAAH는 수차례 답변을 미루다가 끝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HAAH는 서울회생법원 요청에 31일(현지시간) 최종 입장을 밝히기로 결단을 내렸다. 시차를 고려하면 이날 새벽부터 아무리 늦어도 날짜가 하루 넘어가는 오후 4시 전에는 그 결과가 나왔어야 했다. 그러나 인수의향서(LOI)는 전달되지 않았다.

    생존이 시계제로 상태에 빠지면서 쌍용차가 어떤 길을 걷게 될 지 관심이 모아 지고 있다.

    앞서 회사는 LOI가 오면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하고, 투자 계약을 맺어 회생 계획을 전체 채권단에 공개해 사전회생계획제도(P플랜) 돌입을 위한 동의를 받을 계획이었다.

    상장폐지에 대한 이의신청 기한인 오는 13일 전에는 마무리 짓는다는 밑그림을 그렸지만 제동이 걸렸다. 현재로서는 마땅한 인수 후보자를  찾지 못할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의 향후 시나리오는 크게 4가지로 전망되고 있다.

    우선 LOI를 받지 못했지만 당분간 투자유치 작업을 계속하는 것이다. 법정관리 개시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HAAH와 논의를 계속 진행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이와 함께 P플랜 준비를 미리 마쳐놓고 불씨를 살리는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HAAH의 인수에 대한 확답이 나오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쌍용차도 이러한 포석을 깔아두고 경기 평택시 공장(86만㎡) 등 165개 필지에 대한 자산 재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매각을 용이하게 하고,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장기화나 무산 시에는 두 가지가 가능하다. 마감시한을 자꾸 어기는 경우 새 투자자를 확보해야 한다. 서울회생법원이 곧바로 법정관리에 들어가지 않고 이해 관계자 간 협의를 지켜보며 서류 검토, 의견 수렴 과정을 밟는 만큼 속도전에 나서야 한다.

    다만 갑자기 후보로 떠오른 전기버스 제조기업 에디슨모터스 등은 채권단 모두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어 성사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법정관리 절차가 개시되면 강도 높은 구조조정, 인건비 삭감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M&A) 추진도 방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는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많은 인력이 짐을 싸야 하는데, 2009년 때처럼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일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최악은 청산이다. 앞서 쌍용차 회계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은 2020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대해 ‘의견 거절’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4494억원, 자본 잠식률은 111.8%에 달한다.

    처한 상황을 볼 때 금융권에서는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더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끝내 매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서울회생법원은 두 가치를 비교해 쌍용차의 운명을 결정하게 된다.

    만약 청산되면 부품 업체는 납품 대금을 받기 어려워져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2019년 기준 쌍용차에 부품을 대는 업체는 219곳, 납품액 규모는 1조8088억원이다. 이 밖에 평택시 지역경제 침체는 물론 4만8000여 명의 소액주주도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정부와 산업은행(산은)은 ‘왜 살리지 않았느냐’는 책임을 피하기가 힘들다. 산은이 손을 떼면 쌍용차 5000명을 포함해 연관 기업까지 약 1만여 명의 고용이 위협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산은은 자금을 투입할 명분이 없고 대주주(마힌드라)가 사실상 발을 뺀 곳을 지원하는 건 공적자금 투입의 기본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쌍용차는 추가적인 대화를 이어가면서 P플랜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한 관계자는 “법정관리가 미뤄지더라도 마땅한 해법이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