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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제철 냉연강판.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이 자동차용 강판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자동차용 강판 가격을 올린 것은 2017년 하반기 이후 4년 만이다.
국내 철강업체들이 자동차용 강판 값을 톤(t)당 5만원 인상하면서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 상태에서 자동차 출하마저 줄어든 상황에 엎친데 덮친 격이 됐다.
3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등은 최근 현대차·기아와 자동차 강판 가격 협상을 마무리했다. 인상된 가격은 4월에 공급된 물량에도 소급적용된다. 가격은 톤당 5만원 수준을 인상하기로 했다.
철강업계는 당초 톤당 8만원 수준의 인상을 요구했으나, 자동차 업계가 최근 반도체 대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인상폭을 5만원 수준까지 내린 것을 전해진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실적발표에서 "올해 원료가격이 상승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완성차에 가격 인상안을 제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철광석 가격은 이달 12일 톤당 237.57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뒤 현재 190달러대를 기록 중이다.
자동차·가전 등의 소재로 쓰이는 기초철강재인 열연강판값이 치솟고 있다. 올해 들어 가파른 상승 곡선을 타더니 이번 달 들어 유통가격이 t당 100만원을 돌파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용 강판 가격 인상으로 현대차·기아는 연간 2000억원 이상 생산 원가가 늘어나 수출 등의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 이번 가격 인상으로 인해 포스코, 현대제철 등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연간 550만톤 수준의 현대차·기아향 강판을 생산하고 있는 최대 공급사다.
업계 관계자는 "최대 수요처 중의 하나인 자동차사와 공급가격 인상에 합의하면서 최근 급등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면 "특히 현대제철이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로 모회사의 이익을 해치는 자동차 강판 인상 결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