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확산협의체 회의서 전임 CEO-상임감사 갈등·해임 날것 그대로 비판임원진에 대한 건강한 천적·수평적 피드백·익명게시판 등 아이디어 봇물"의견 개진은 자유롭게, 보복 걱정은 없는 토론문화 필요"… 제도적 장치 요구도
  • ▲ 청렴확산협의회.ⓒLX
    ▲ 청렴확산협의회.ⓒLX
    최근까지 '한 지붕 두 사장' 체제를 겪으며 내부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던 한국국토정보공사(LX)가 격의 없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상생의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 눈길을 끈다. LX 직원들은 자유롭게 토론하면서 어떤 의견을 제시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조직문화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1일 LX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LX 본사 7층 화상회의실에서 청렴확산협의체 회의가 열렸다. LX 청렴확산협의체는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매달 1권의 책을 읽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다. 8월의 책은 에이미 에드먼슨 하버드대 종신교수의 '두려움 없는 조직'이었다. 두려움이 어떻게 조직의 성과를 갈아먹는지 제시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조직문화에 녹이는 방법 등을 제시한 책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책 내용을 토대로 전직 임원진의 해임 사태가 있기까지 내부적으로 방관하고 침묵해왔던 조직문화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화두로 삼기 꺼릴법한 내부의 이야기를 들추어내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면서 조직문화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장정아 부산울산공간정보사업처 차장은 "전임 CEO와 상임감사의 갈등·해임으로 말미암아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가 드러났다"고 본다면서 "임원진의 내·외부 견제를 위한 건강한 천적이 필요하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준철 서울지역본부 지적사업처 과장은 "임원진과 관련한 사건이 확대되고 논란이 되면 구성원들이 장기간 심리적·경제적 고통을 수반한다"면서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직원들의 생각이 전혀 다른 만큼 사전에 위기 신호를 감지하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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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렴확산협의회.ⓒLX
    나아가 구성원이 어떤 의견을 제시해도 벌을 받거나 보복당하지 않을 거라고 믿게 만드는 조직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이를 제도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김한진 본사 혁신전략부 팀장은 "어떤 사안이든 구성원이 있는 그대로 사실을 파악하고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면서 "리더들이 구성원을 격려하고 성장하는 기회를 줄 수 있게 다각도로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신지환 LX곡성구례지사 주임도 "조직 내 크고 작은 리더가 많기 때문에 수평적 피드백이 긍정적으로, 자주 이뤄지게 제도화됐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권재영 대구·경북운영지원처 과장은 "앞서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팀을 꾸렸던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어떤 사안이든 반대 목소리가 나올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종경 김해지사 차장과 고영기 제주지적사업처 차장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처럼 내부에도 익명의 게시판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통해 서로 공감하고 공유하며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날 성기청 상임감사는 "위기를 극복한 기업은 공통적으로 직원들이 소신 있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조직이 이를 격려하는 문화가 있다"면서 "직원들이 그동안 있었던 내부 문제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본다. 이런 노력이 조직문화 혁신의 토대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