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지분 10% 매각에 두나무·하림·KT 등 경쟁금감원 내부등급법 허용 심사, 2조 실탄 마련우리금융 "증권사·VC 인수합병 추진할 것"
  • 우리금융이 3분기 만에 작년 실적을 갈아치우며 인수전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올 들어 수차례 52주 신고가를 새로 쓴 우리금융에 대해 10여개 증권사에서는 목표주가를 줄줄이 상향조정하고 나섰다. 또 금융당국의 '내부등급법' 승인을 앞두고 있어 2조원 규모의 자금 여력도 갖출 전망이다. 공격적인 M&A를 통해 업계 3위인 하나금융과 순위 경쟁도 해볼만 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18개 후보 각축전… 국민연금 최대주주될 듯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지분 인수에 나선 예비후보는 총 18곳이다.

    이들은 금융위 산하 공적자금위원회에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 인수를 위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고 최근 실사에 들어갔다.

    기존 주주인 우리사주조합, 대만 푸본금융,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KT,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 호반건설, 하림그룹, ST인터네셔널, 유진 PE, 글랜우드PE 등 사모펀드도 대거 포함됐다.   

    예비후보들이 예비입찰 과정서 제시한 인수지분 규모는 4억5000만주에 달한다. 이번 매각 대상인 예금보험공사의 보유지분 15.13% 중 10%인 7220만주의 6배에 달한다. 

    현재 분위기는 쪼개기 지분 매각이 유력하다. 기업 서너 곳에 4%, 4%, 2%(1%, 1%)의 주식을 할당해 주주를 다변화하는 방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보의 주식 매각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에 오를 전망이다.

    현재 우리금융의 주요주주는 ▲예금보험공사(15.13%) ▲국민연금(9.80%) ▲우리은행우리사주(8.75%) ▲노비스1호유한회사(5.57%) ▲푸본생명(4.0%) 등이다.
  • ◆ 사업 확장 디딤돌…두나무·하림 등 도전  

    우리금융 지분 인수전에 대기업 등이 뛰어든 데는 투자 가치가 높다는 판단과 향후 금융업 진출을 모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경우 두둑한 실탄을 기초로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두나무는 지난해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1조800억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올해 업비트가 업계 1위로 자리를 굳히며 큰 폭으로 실적이 현금 보유고만 2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또 가상자산거래소 사업이 제도권에 들어서면서 은행·금융업과 밀접한 관계를 쌓는 것에 향후 사업 확장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각 거래소들은 은행의 실명계좌 확보에 애를 먹기도 했다. 

    이밖에 대기업인 KT와 하림 등이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우리금융의 투자 매력과 높은 배당성향을 기대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업은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부터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며 '최선호' 주식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 겹호재, 내부등급법 도입땐 2조 '숨통' 

    우리금융은 올 3분기까지 누적순이익이 2조1983억원으로 1년 전보다 92.8%나 늘었다.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분기보다 3.3% 늘어난 7786억원이다.

    우리금융은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증권 및 보험계열사를 갖고 있지 않다. 우리금융이 역시 이번 지분매각 성공으로 실탄을 갖춘다면 중형 증권사, 벤처캐피탈 인수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우리금융이 M&A를 성공적으로 이뤘을 경우엔 업계 3위인 하나금융(2조6815억원)과 3위 경쟁도 해볼만 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간의 순이익 격차는 무려 1조3299억원에 달했으나 올해는 이를 4835억원대로 좁혔다. 

    우리금융은 이번 매각 외에도 대규모 인수합병의 실탄을 마련할 기회를 맞았다. 

    금융당국이 '내부등급법' 도입에 대한 심사에 들어가면서다. 우리금융은 5대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표준등급법을 사용해왔다. 표준등급법은 세계 은행 감독 기관인 바젤은행감독위원회가 정한 표준 가중치를 적용해 위험가중자산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반면 내부등급법은 금융사 내부 신용평가 모델을 활용한 것으로 도입땐 위험가중자산이 줄고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올라 2조원 규모의 실탄 마련이 가능하다. 

    이성욱 우리금융  전무는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종합금융그룹으로서 포트폴리오 라인업은 미완성상태로 현재 M&A로 추진하는 것은 증권사와 벤처캐피털(VC), 부실채권(NPL) 전문회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