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사고-중대재해법-부동산 피크아웃 등 악재현대엔지니어링, IPO 철회… 건설채 흥행 물음표대형건설 10개사, 연내 1.7조 회사채 만기도래 예정"건설채 흥행 불발시 중견사, 유동성 확보 어려울 수도"
  • ▲ 서울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연합뉴스
    ▲ 서울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연합뉴스
    연초부터 건설채 시장에 냉기가 불고 있다. 광주 붕괴사고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경기 피크아웃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다. 대형 공모주로 관심을 끌었던 현대엔지니어링은 상장 작업을 중단했고 건설채는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2월부터 회사채 상환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어 '돈맥경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대형사의 경우 또다른 창구를 통해 자금조달이 가능하지만 중견건설사는 가혹한 보릿고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10일 수요예측을 거쳐 2년물 400억원, 3년물 600억원 등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다.

    올해 시장에 처음 나오는 건설채인 만큼 수요예측 결과는 건설업계의 추후 회사채 발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화건설은 발행할 수 있으면 회사채 물량을 1500억원까지 증액할 계획이지만 시장에서는 기본물량도 미매각이 발생해 발행을 주관한 증권사나 인수단이 떠안아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실제 한화건설과 신용등급(A-)이 같은 HDC현대EP가 지난달 3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준비했다가 관계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사고로 연기한 바 있다. 롯데건설과 한신공영도 투자심리가 급냉하자 회사채 발행 계획을 급히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산뿐아니라 다른 건설사들도 언제든 대형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고 중대재해법에 금리 인상에 따른 주택경기 하강설까지 제기되다 보니 보수적인 채권투자자 입장에서는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화건설에 이어 현대건설과 SK에코플랜트도 이달 하순 각각 2000억원(최대 4000억원)과 1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지만 한화건설의 회사채 발행이 흥행하지 못하면 추가 금리 상승 및 발행 물량 회수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부동산시장 활황에 힘입어 역대급 자금을 조달한바 있는 건설사들은 올들어 급격히 위축된 시장 분위기에 크게 당황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지난해 공모 회사채시장에서만 3조2500억원의 현금을 조달하며 2019년 1조7200억원, 2020년 2조5000억원에 비해서도 풍부한 유동성 혜택을 누린 바 있다.

    주택가격이 계속 오르는 한편 임대차 3법에 따른 전셋값 강세와 입주 물량 감소세가 맞물리면서 채권시장에 훈풍을 몰고 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러나 올들어 시장 분위기는 완전히 돌아서고 있다. 산업재해 발생시 사업주에게 형사처벌을 내리는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화정 아이파크' 사업장 사고 여파로 투자자들에게 악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현장의 경우 언제든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져 리스크 회피 심리가 강한 채권 투자자들이 잇따라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부동산 경기가 꺾이고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자 건설채의 선호도가 낮아진 점도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의 IPO 철회 역시 국내 증시 하락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와 광주사고, 부동산 경기 피크아웃 우려 등에 기인한다.

    문제는 당장 이달부터 회사채 만기가 줄줄이 도래한다는 점이다.

    신용평가업계 자료를 집계한 결과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의 연내 회사채 만기 도래 물량은 모두 1조7850억원에 이른다.

    당장 이달 2900억원(현대건설)이 예정됐으며 △3월 1250억원(롯데건설) △4월 2900억원(SK에코플랜트 1700억원, 포스코건설 1200억원) 등 상반기에만 8550억원 규모의 상환 일정이 다가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광주사고, 금리급등 등에 따른 부담감이 커지자 비우량등급 건설사들은 발행 의사를 접었고, 우량건설사들도 회사채 발행을 주저하고 있다"며 "대형사들의 경우 다른 방법을 통해 자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중견사들의 경우 다른 방법을 찾기 힘들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