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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두었지만 표정이 어둡다.
4분기 들어 성장세가 꺾인데다 올들어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악재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보험사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괄목할 성장을 이뤘다.
먼저 손해보험업계에선 삼성화재가 1조 1265억원으로 전년대비 48.7% 늘어났다. 현대해상은 30.4% 증가한 4326억원, DB손보는 56.3% 늘어난 8767억원의 이익을 시현했다. KB손보와 메리츠화재도 3018억원과 6631억원으로 각각 84.1%, 53%의 증가율을 보였다.
손보사들의 실적 호조는 손해율 개선이 주된 이유였다. 코로나19 확산세에 1년 내내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자동차 및 상해 사고율이 크게 감소했다.
생명보험사들도 전년 실적은 역대급이다.
삼성생명은 16.6% 늘어난 1조 5977억원, 한화생명은 무려 496% 증가한 1조 2415억원으로 나란히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한화생명의 경우 지난해 9월 한화투자증권이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연결이익 급증한데다 금리상승에 따른 운용자산 수익률 증가가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보험사들의 실적이 다시 꺽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2023년 도입 예정인 IFRS17(새국제회계기준)에 따른 부담이 크다. IFRS17은 보험사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 손실금액이 이전보다 더 크게 책정된다. 때문에 보험사들은 손실금액을 보전할 수 있는 자본을 더 쌓아야 한다.
보험사들은 최근 고정비를 줄이기 위한 희망퇴직 등을 단행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론 일시적 비용이 늘어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다.
대선 이후 새정부의 코로나 대응 정책도 변수다. 거리두기 정책을 완화할 경우 손해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코로나 심각성이 완화되자 이연됐던 건강검진이 늘면서 손해율도 같이 상승하고 있다.
실제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4분기부터 역성장 조짐이 나타났다.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익 4019억원을 기록하고도, 지난해 연간 순익 391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14.3% 감소한 수치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오렌지라이프와 통합 이후 인력 구조 효율화를 위해 실시한 희망퇴직(250여명) 비용이 늘어난 탓"이라며 "손해율의 경우, 코로나로 이연됐던 건강검진 대상자가 늘면서 암보험 급부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새정부가 민심잡기용 정책들이 쏟아낼 가능성이 커, 보험료 인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는 점도 악재다. 당국은 계속 자동차보험료 2%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생보사들은 즉시연금 소송 패소가 부담이다.
대형사들의 패소가 잇따른 가운데 16만명에 약 1조원 가량을 추가 부담해야할 수도 있다.
부담액은 삼성생명이 4300억원으로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각각 850억원과 700억원 수준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도입 준비와 새정부 출범에 따른 코로나 정책 완화 및 보험료 인하 압박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생보사들의 경우 즉시연금 소송 패소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