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업무보고 중 깜짝 방문… 부동산 규제완화 재확인"현 정부 시장생리 외면한 28번 주택정책이 집값상승 부채질""수요 맞게 공급 이뤄져야… 건축규제 완화·택지공급 뒤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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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5일 문재인 정부가 '적폐'로 규정한 다주택자 대상 규제와 관련해 "다주택자라고 무리하게 규제하는 게 과연 맞는지 더 세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윤 당선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경제2분과의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 깜짝 방문해 "다주택자에 대해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분도 있고, 시장 원리에 따라 매물이 나오게 유도하며 무리하게 규제하면 안 된다는 분도 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매매는 시장과 관계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당선인이 부처의 인수위 업무보고에 참석해 따로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부동산 정책의 방향 설정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방증이다. 윤 당선인도 "업무보고 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지만, 주택 문제에 대해 워낙 국민적 관심이 많고 중요해서"라고 업무보고 현장을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다주택자를 투기세력으로 규정하고 '똘똘한 한채'를 남기고 집을 팔라고 압박해왔다. 최장수 국토부 장관 기록을 경신한 김현미 전 장관은 2017년 6월23일 취임식에서 5주택자 이상 다주택자의 주택 구매 통계를 파워포인트 자료로 띄워가며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 때인 2004년 도입됐다가 주택시장 침체로 2014년 아예 폐지했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를 다시 도입했고, 지난해(기본세율 6∼45%)부터 최고세율을 75%까지 끌어올렸다. 2016년까지만 해도 주택 수와 상관없이 최고 40%였던 양도세율을 5년 만에 최고 75%까지 올린 것이다. 이후 정부는 유예기간을 두고 다주택자에게 집을 팔 것을 종용했지만, 다주택자들은 거꾸로 매물을 거둬들인 채 '버티기'에 들어갔고, 집을 파는 대신 자녀 등에게 증여하는 경우가 속출했다.이런 와중에 김 장관의 후임자로 내정된 최정호 전 국토부 차관이 '다주택자'로 찍혀 낙마하는가 하면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다주택자 논란에 휩싸인 뒤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직'이 아닌 '집'을 택했다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윤 당선인의 이날 발언은 다주택자를 시장의 주택공급 참여자로 인정하고 순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주택자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보고 무거운 세금을 매기는 문재인 정부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윤 당선인이 사실상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완화를 지시하면서 양도세 중과유예, 등록임대사업자 지원 제도 재정비, '임대차 3법' 전면 재검토 등이 향후 논의과정에서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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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실패'로 규정하고 차별화를 주문했다. 윤 당선인은 "(현 정부에서) 시장의 생리를 외면한 주택 정책이 28차례 반복되며 엄청난 집값 상승을 부채질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가장 기본적으로 수요에 맞게 매물이 나오고 공급이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선 주택 건축에 대한 규제 완화가 따라와야 하고 택지공급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서울 등 도심에 민간 주도로 충분히 주택 공급이 이뤄지도록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등의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처럼 법 개정 없이 시행령·시행규칙만 고쳐도 시행할 수 있는 대책들이 검토될 것으로 점쳐진다.윤 당선인은 "주택 가격이 안정되면 무리해서 집을 살 이유가 없어져 수요가 줄어드니 가격이 안정화될 것"이라며 "정부가 잘 관리해서 가격이 안정으로 계속 균형점을 향해 가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를 마이크로(미세)하게 보기보다는 전체 경제와 관련해서 다뤄달라"고 인수위원과 국토부에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