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공원 2배' 10년만에 국제업무지구 재추진市 첫 '입지규제 최소구역'…초고밀 '직주혼합' 도시로"사업안정성…민족공원-대통령집무실 이전 뛰어넘는 호재"
  • 용산정비창. 220726 ⓒ연합뉴스
    ▲ 용산정비창. 220726 ⓒ연합뉴스
    "개발 소식에 기대감이 생깁니다. 교육이나 문화 등 전반적인 인프라가 좋아질 것 같아요. 국제업무지구에 용산공원까지 완성되면 용산이 업무지구와 녹지가 조화를 이루는 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용산구 이촌동 지역민 이모씨)

    서울시가 용산정비창 일대를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는 '직주혼합' 도시로 조성하기로 했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앞선 민족공원 조성과 대통령 집무실 이전 호재 등을 뛰어넘는 호재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시장이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만큼 급격한 시세 상승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세훈 서울시장은 기자설명회를 열고 용산정비차 일대 약 50만㎡에 대한 개발 청사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구상'을 발표했다.

    용산정비창은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일원에 있으며 면적은 여의도공원의 두 배, 서울광장의 40배에 달해 서울 한복판에 남아있는 대규모 금싸라기 땅으로 꼽힌다.

    시는 평균 용적률 1800% 이상의 초고밀 복합개발을 성공시킨 '뉴욕 허드슨 야드' 사례를 벤치마킹해 용산정비창 일대를 역대 첫 '입지규제 최소구역(비욘드 조닝)'으로 지정, 용적률 1500% 이상 초고밀 개발을 추진한다.

    고밀 개발에 따른 유동인구 집중과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전체 부지에서 도로, 공원, 학교 등 기반시설률은 40%로 정하고 차량은 지하로 다닐 수 있도록 지하 교통체계를 구축한다.

    전체 부지의 70% 이상을 업무·상업 등 비주거 용도로 세우고 대규모 중앙공원과 철도부지 선형공원 등 녹지 생태 공간을 곳곳에 조성해 지상부의 절반 이상을 녹지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 확정했던 부지 일대에 주택 1만가구 건립 계획도 6000가구 규모로 축소할 방침이다. 대신 민간에 일부 부지를 매각해 민간 브랜드 단지도 공급하기로 했다.

    개발 방식도 바꾼다. 민간 PFV(프로젝트 금융회사)에 부지를 통매각했다가 금융위기 여파로 무산된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공공기관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동사업시행자로 나선다. 공공이 약 5조원의 재원을 투입해 부지 기반시설과 녹지 등 인프라를 앞서 구축한 뒤 구역을 나눠 민간에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내년 상반기까지 도시개발구역 지정과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2024년 하반기 기반시설 착공, 2025년 앵커부지 착공을 목표로 추진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로 용산에 '겹호재'가 더해졌다는 평이다. 민족공원 조성과 이촌동·보광동 일대의 대규모 정비사업, 대통령 집무실 이전 외에도 미개발지였던 용산정비창 개발 재개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민간 중심 개발을 공공과 민간 합동 개발로 전환하면서 사업 안정성을 확보한 부분이 '용산정비창 개발이 되겠냐'는 의구심을, '이번에는 개발이 될 것 같다'는 기대감으로 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가용부지 총량이 크고 코레일 등 공공기관이 공동사업시행자로 나서면서 경기 위축 등의 외부 요인에 덜 민감한 사업 안정성을 확보했고, 전체 부지의 70%가 업무나 상업지구로 지어질 예정인 만큼 강북 도심내 자족 기능 역할이 기대되고, 다용도 복합개발을 통해 서울 도심의 앵커 역할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용산민족공원 조성이 발표됐을 때도 일주일만에 재개발 물건을 기준으로 가격이 2억~3억원씩 뛰었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결정됐을 때도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이 올랐는데, 이번 발표는 이를 뛰어넘는 수준의 호재"라고 분석했다.

    이어 "공공과 민간이 함께 개발하는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개발에 대한 의구심이 기대감으로 바뀔 것이고, 용산 부동산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발표가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을 두고는 온도 차가 있다.

    용산의 호재가 이어지고 있고 지역 가치 상승에 따른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지만, 집값 변동 폭과 집값 상승 시기에 대해서는 다소 차이가 있다. 기준금리 인상 흐름과 경기 침체 우려, 집값 고점 인식 등에 따른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이번 발표는 '밑그림'에 가까운 방향 제시이고, 업무시설과 주거시설 조성이 계획안대로 조성된다면 잘 될 가능성이 크지만 상업 시설을 어떻게 활성화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서부이촌동과 청파동, 원효로 등 서측으로 투자 수요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지만, 금리 인상 기조와 경기 침체 우려 등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업이 계획대로 순탄하게 진행되더라도 국제업무지구가 현실화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일대 집값도 사업 진행 상황에 맞춰 점진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용산정비창을 개발해 국제업무지구로 만드는 프로젝트는 노무현 정부가 2006년 8월 추진한 '철도경영 정상화 종합대책'과 함께 시작됐다. 용산정비창은 코레일이 전체 부지의 71%인 36만㎡를 소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국·공유지와 사유지다.

    당시 민선 4기였던 오세훈 시장은 이 프로젝트를 자신의 역점 사업인 '한강 르네상스 마스터플랜'과 접목해 사업을 키웠다. 철도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일대까지 포함해 총 51만㎡를 관광·IT·문화·금융 비즈니스 허브 등으로 바꾸는 것이 오 시장의 계획이었다.

    이 과정에서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의 몸집도 총사업비 30조원 규모로 커졌고, '단군 이래 최대 프로젝트'라는 수식어가 붙게 됐다.

    하지만 리먼 브러더스 사태 등이 터지면서 사업이 꼬이기 시작했다. 자금조달 문제 등이 겹치면서 2011년에는 민간 시행사가 부도를 냈고, 2013년 사업이 중단됐다. 이후 故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 기간에는 개발이 아닌 '도시재생'에 역점을 두면서 사업은 사실상 방치됐다.

    용산정비창은 사업 중단 후 7년이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다시금 화제가 됐다. 정부가 5·6대책과 8·4대책을 통해 용산정비창 부지에 1만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기로 하면서다. 당시 상업·업무용지 관련해서는 별도의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으면서 용산국제업무지구 프로젝트는 반쪽짜리 사업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지난해 오 시장이 다시 서울시장으로 돌아오면서 용산정비창은 이전의 영광을 되찾을 준비를 하고 있다. 5월에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주택 공급 규모를 두고 엇갈린 입장을 보였던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번 발표를 통해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와 역사·문화·소통 공간을 거듭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