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출 불가 업종' 제외 전면 완화 검토코로나19 이후 시장 대격변… 은행 생존 문제日·美 등 해외 기업, 비금융권 진출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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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이 은행의 비금융업 진출을 허용하는 방향의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낸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비금융업 진출 확대 기조에 맞춰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견수렴의 시간을 거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산분리 규제 완화 대상은 금융회사의 자회사 투자 허용과 부수업무 범위가 대표적이다. 현행 포지티브(열거주의) 규제의 해석을 넓게 하는 방식부터, 완전히 '진출 불가 업종'만 빼고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포괄주의)로 전환하는 방안까지 모두 검토할 계획이다.

    금융회사의 자회사 투자 허용기준을 현재의 금융업종 관련성 이외 효율성 기준으로 새로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 금융회사의 부수 업무 범위를 현행 고유업무와 유사한 업무에서 확대할 필요가 있는지 등이 검토 대상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년 전 취임 당시 우리 금융사업에도 BTS와 같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플레이어가 출현할 수 있도록 40년간 걸어잠가온 금리분리 규제 빗장을 푸는 등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은행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할 경우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추진시기를 무기한 연기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1호 규제특례로 인정받은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 ‘리브엠’ 때도 기존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생태계를 무너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그간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비금융 분야 진출 필요성을 다각도로 검토해왔다. 비대면 시대 은행 등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은행의 생존 문제가 걸려있다는 문제제기 때문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은행의 비금융업 진출 길을 열어주고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비금융업 진출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금융연구원 등에 따르면 일본 금융청은 2020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은행이 적극적 투자를 통해 기업의 경영개선과 사업 재생지원 등 경제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은행의 업무 범위 규제 완화 등 제도적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은행들은 비금융업 진출 시 당장의 수익 창출보다는 은행 본업의 고도화뿐만 아니라 지역 기업에 대한 지원 등 지역 경제발전에 주요 목적으로 두고 진출을 추진해왔다.

    미국 JP모건체이스 역시 최근 8000만명에 달하는 자사 고객과 브랜드를 연결해주는 맞춤형 광고 사업 플랫폼을 출범했다. 이 사업을 통해 JP모건 체이스는 매출 증가, 결제 충성도 항상 등을 기대하고 있다.

    경제계도 금산분리 완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지주회사 금산분리 규제개선 건의서’를 통해 “현재 낡고 과도한 금산분리 규제가 지주회사 체제 기업의 첨단전략산업 투자와 신사업 진출기회를 가로막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지주회사는 최상단 회사가 다수 계열사를 수직적 형태로 보유하는 피라미드형 기업소유구조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2003년 19개에서 지난해 168개로 9배 증가했다. 지주회사 활용도는 대기업집단보다 중견·중소기업집단에서 더 높다.

    대기업 집단은 48곳(28.6%)이며, 중견·중소기업 집단은 120개(71.4%)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대기업 그룹 81곳 중에선 39곳(48.2%)이 지주회사 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주회사 체제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소유지배구조로 자리잡았지만, 국내 기업들만 글로벌 스탠다드와 거리가 먼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