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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까먹는다… 외화 예치금 53억달러 증발

232억달러→179억달러환율상승으로 달러 환산액 감소 8월 외환보유액 4364억달러… 전월비 21.8억달러 ↓

입력 2022-09-05 09:23 | 수정 2022-09-05 10:18

▲ 서울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연합뉴스

고공행진 중인 환율 방어에 외환보유고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외환보유액은 4364억3000만달러로 전월 대비 21억8000만달러 줄어들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266억9000만달러 감소했다.

특히 외화 예치금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 예치금은 179억달러로 한달 새 53억달러 줄었다. 외화자산 운용수익, 금융기관 외화예수금은 증가했지만, 달러 환산액이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달러화는 지난달 약 2.3% 평가절상됐다.

국채, 정부기관채 등 유가증권은 3949억4000만달러로 전월 대비 30억9000만달러 늘었다. 전체 외환보유액의 90.5%를 차지한다. 하지만 1년 이하 단기 외채 비중이 41.9%에 달했다. 2012년 2분기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다. 만기가 짧은 대외 채무인 단기 외채는 유출 위험이 높은 자본이어서 건전성은 나빠진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대외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과거 환란(換亂) 시기와 달리 은행들의 지불 여력이 성장한데다 유로, 엔화, 파운드 등 다른 나라 화폐 가치도 함께 떨어졌다는 것을 이유로 든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상황은 우리나라 통화만 절하되는 게 아니라 달러 강세와 함께 다른 주요 국가의 환율과 다같이 움직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환율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63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는데, 13년 4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은 직전 거래일 기록을 갈아치웠다. 장 시작 시점에는 1365원까지 치솟았다.

환율 발작은 외환 당국의 실탄을 빠르게 비워가게 한다. 한은에 따르면 1분기 외환당국 순거래액은 -83억1100만달러로 집계됐다.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시장에 내다 판 달러 규모다. 역대 최대 규모로 2분기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고환율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가 발표한 '최근 환율 상승에 대한 평가' 보고서는 "세계적인 경기침체 우려와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로 달러 강세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기조는 내년 말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외환당국은 이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하고 고환율 대응 기조를 점검했지만, 뾰족한 수를 찾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달러화가 20년만에 최고치까지 상승하고 있다"며 "복합위기 상황의 장기화 가능성이 커진 만큼 금융·외환·실물경제 분야의 취약부문 중심 실태점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안종현 기자 ajh@new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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