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8거래일 연속 코스피 순매수10월 CPI·12월 FOMC '바이 코리아' 변곡점경기침체 우려 여전…"공격 투자 섣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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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 후 글로벌 자금이 국내 증시로 들어오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에서 반도체와 2차전지 종목을 집중 매수하는 모습이다. 다만 최근 외국인 훈풍에 기대어 공격적 투자에 나서긴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9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 2조5715억원 순매수했다. 이들은 8거래일 연속 국내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 2차전지 관련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이 기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를 6993억원어치 순매수해 가장 많이 사들였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3678억원), 삼성SDI(3443억원) 등 순으로 반도체·2차전지 종목이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올랐다.

    9월말 2100대까지 밀렸던 코스피는 외국인 투자자 매수세에 힘입어 꾸준히 반등하고 있다. 지난 9일 지수는 9월 15일 이후 처음으로 종가 기준 2400선을 회복했다.

    외국인들은 지난 9월 코스피에서만 2조원어치를 팔아치웠었다. 올초부터 9월까지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14조4210억원까지 확대되면서 9월 한 달 만에 코스피가 10.76% 하락한 바 있다.

    최근 국내 증시로 외국인 귀환이 이어지는 건 이른바 '차이나런' 수혜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중국이 코로나 봉쇄 정책을 유지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체제 출범으로 중국 증시를 빠져나온 자본이 국내로 들어오면서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총 운용 규모 987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텍사스 교직원 퇴직연금은 최근 벤치마크를 변경했다. 텍사스 교직원 퇴직연금은 최근 벤치마크를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신흥국 지수에서 MSCI 신흥국 지수와 중국 제외 신흥국 지수를 50%씩 혼합한 지수로 바꿨다. 이 과정에서 중국 투자 비중은 35.4%에서 17.7%로 줄어든 반면 한국은 11.2%에서 14.3%로 늘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텍사스 교직원 퇴직연금의 리밸런싱(자금 재배분)이 10월부터 진행됐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최근 외국인 순매수와 유관하다"며 "MSCI 지수에서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 POSCO홀딩스, 삼성SDI의 순매수 강도가 강했다는 점도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나정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며 "시진핑 주석의 3연임으로 장기집권이 현실화되면서 주요 연기금에서 신흥국 증시 내 중국 비중을 줄이고 다른 신흥국 증시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수 기조가 오래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등이 외국인 매수 흐름의 변곡점을 형성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고점을 통과했다는 징후가 나오지 않으면 외국인 매수세가 추세적으로 이어진다고 판단하는 건 이르다"고 진단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외국인 매매 추세가 전환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 기대감이 반등의 가장 큰 요인이다. 시장 추세가 바뀌려면 통화정책이나 경기 방향이 바뀌어야 하지만 둘 다 적어도 한 분기 안에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CPI 발표 이후 달러화 강세 흐름이 강해진다면 외국인 수급 차질 발생 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금리 기조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만큼 최근 상승세에 기대어 공격적 투자에 나서긴 이르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통상적인 주식시장은 통화정책에 1차 충격, 펀더멘털 악화에 2차 충격(역실적장세·경기침체·실적 쇼크)을 받으며 하락추세를 마무리 하는데,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은 여전히 1차 충격 변수에 일희일비하는 모양새"라며 "향후 주목해야 할 부분은 경기, 실적 등 펀더멘털로서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2차 충격 변수의 후폭풍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