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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아랑곳없어'… 화물연대 파업·예산정국 '그들만의 리그'

美연준, 매파 발언 다시 강해져…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확산할 듯尹정부 '내우외환' 심화… 업무개시명령에 화물연대 삭발투쟁 '맞불'예산정국도 '격랑'… 野, '이상민 해임' 강행에 법정기한 내 처리 난망

입력 2022-11-29 19:46 | 수정 2022-11-29 19:47

▲ 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사태 관련 업무개시명령을 심의하기 위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글로벌 복합위기의 파고를 헤쳐 나가기도 녹록잖은 윤석열호가 안으로 노동계 동투(冬鬪·겨울철 투쟁)와 내년도 예산안 처리라는 악재까지 맞닥뜨리며 악전고투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들 내우(內憂)와 관련해 집단이기주의에 매몰돼 국민은 아랑곳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연준발(發) 경기침체 우려 확산

28일(현지시각)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97.57포인트(p·1.45%) 내린 3만3849.46,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62.18p(1.54%) 떨어진 3963.94,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76.86p(1.58%) 내린 1만1049.50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다음 달 13∼14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매파(통화긴축 선호) 목소리가 다시 커지면서 시장의 금리낙관론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외신을 종합하면 연준 3인자이자 제롬 파월 의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지금보다 (정책)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다"며 "내년까지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간 뒤 2024년에나 금리인하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통화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준 내 대표적 매파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이날 "연준이 더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펼칠 가능성을 (시장이)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물가상승률을 (연준의) 목표치인 2%로 되돌릴 수 있도록 제약적인 정책 금리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했다. 불러드 총재는 앞선 17일 한 연설에서 충분히 제약적인 금리수준으로 5%~7%를 제시한 바 있다.

연준 내 매파 목소리가 다시 커지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다시 확산할 전망이다. 지난 20일 블룸버그통신은 뱅크오브아메리카가 펀드매니저 27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앞으로 1년 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을 예상한다'는 응답이 92%에 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 업무개시명령 발동 브리핑하는 정부(왼쪽)와 이에 반발하며 삭발 투쟁하는 화물연대.ⓒ연합뉴스

◇화물연대 파업 '강대강' 대치… 초유의 업무개시명령 발동

문제는 글로벌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와 무역수지 적자로 한국 경제가 악전고투하는 가운데 노동계 동투와 정치권의 정쟁이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민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집단이기주의만 팽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파업) 엿새째를 맞아 시멘트 분야에 대해 우선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참여정부 때인 2004년 제도 도입 이후 첫 발동 사례다.

국토교통부는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산업·경제계의 피해가 이례적이고 위중해 물류 정상화 조치가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시멘트의 경우 출고량이 평소보다 90~95%쯤 감소하는 등 운송차질과 레미콘 생산중단 여파로 전국 대부분 건설현장에서 공사 중단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건설산업발(發) 국가 경제 전반의 심각한 위기를 불러올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업무개시명령을 심의·의결한 윤석열 대통령도 "시멘트, 철강 등 물류가 중단돼 전국의 건설과 생산 현장이 멈췄고, 우리 산업 기반이 초토화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국민의 일상생활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려고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를 볼모로 삼는 것은 어떠한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면서 "제 임기 중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법 파업의 악순환을 끊어 국민의 부담을 막고자 하는 만큼 국민께서 많은 불편과 고통을 받게 되실 것이지만, 이를 감내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산업계도 화물연대를 맹비난했다.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은 지난 28일 성명을 내고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는 집단 이기주의의 발로"라며 "화물연대는 운송거부를 즉각 중단하고 합리적 대안 마련을 위한 대화에 복귀해 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KIAF는 기계·디스플레이·바이오·반도체·자동차·조선해양플랜트 등 16개 단체로 이뤄진 연합체이다. KIAF는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는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경제위기 속에 공사현장 중단, 물류운송 차질, 국민생활 불편 등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화물연대가 일몰 폐지를 주장하는)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단거리 컨테이너 운송요금은 최대 42.6% 올랐으나 지난 2020년 기준 화물차량 교통사고 사망자는 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안전운임제를 빌미로 한 집단운송거부는 집단이기주의의 발로"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도 투쟁을 이어간다는 태도다. 이날 16개 지역에서 동시에 결의대회를 열고 삭발 투쟁에 나섰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생계를 볼모로 목줄을 쥐고, 화물노동자의 기본권을 제한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면서 "개인사업자가 자신의 영업을 중단하겠다는데 정부가 일하라고 강요하고 개입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했다.

설상가상 노동계는 동투를 확산한다는 방침이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30일, 전국철도노조는 다음 달 2일 파업을 예고했다. 노정 간 '강 대 강' 대치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 발언하는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연합뉴스

◇639兆 예산, 여야 대치에 '안갯속'… '깜깜이' 처리되나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발목을 잡는 것은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새 정부 들어 처음 짠 내년도 예산안은 여야의 정쟁에 뒷전으로 밀려 법정처리 기한인 다음 달 2일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올해 정기국회가 끝나는 다음 달 9일까지도 처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준예산은 내년도 예산안이 올해 회계연도 마지막 날(12월31일)까지 처리되지 못했을 때 전년도 예산에 준해 집행하는 잠정 예산을 말한다. 다만 준예산은 집행이 제한적이다. 사실상 정부기능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관리비와 인건비만 지출할 수 있다. 이는 돌려말하면 신규 사업은 물론 사회간접자본(SOC), 노인일자리, 신설되는 부모급여나 지급단가가 인상된 복지관련 재량지출 등이 막히게 된다는 얘기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번도 준예산 편성을 생각해 본 적 없다"면서 "국회가 합리적인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180석 거야(巨野)인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의 예산안 가위질에 나서는 가운데 정부가 준예산 편성에 거리를 두면서 일각에선 정부·여당이 일정 부분 민주당의 입맛대로 예산 증액을 시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럴 경우 건전 재정을 기치로 내세운 새 정부의 긴축 기조가 흔들릴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여야는 29일도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민주당이 공식화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두고 강하게 부딪혔다. 민주당이 참사 책임을 묻겠다며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강행하겠다고 압박하자, 국민의힘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보이콧' 카드로 맞불을 놓으면서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졌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해임건의안은 이 장관의 이태원 참사 부실, 무능 대응, 책임 회피, 축소·은폐와 거짓말까지, 국민적 분노와 유가족의 절규를 대신한 것"이라며 "국민과 국회의 뜻을 무시한다면 지체 없이 탄핵소추안까지 추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같은 야권에서도 민주당의 독주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임건의는 실효성이 없고, 탄핵은 너무 부담될 것"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국민의힘은 이태원 참사 국조에 합의한 상태에서 민주당이 이 장관 해임건의를 밀어붙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강력 반발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조에서 책임을 가리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자고 합의해 놓고는 그냥 정쟁에만 활용할 뿐 어쨌든 (윤석열) 정권이 일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여야가 정쟁에 열을 올리면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려난 형국이다. 가뜩이나 여야가 서로 '윤석열표', '이재명표' 예산 공방을 벌이면서 심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해임건의안과 국조 보이콧이라는 외생 변수가 돌출하면서 예산안 처리는 진통이 예상된다. 결국 국민은 도외시한 채, 639조원의 내년도 예산안이 속기록도 남기지 않는 예산결산특위 '소(小)소위'에서 '깜깜이' '밀실야합'으로 처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임정환 기자 eruca@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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