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주거안정성 개선 효과…건설사 "미분양해소 기대"'수도권 6억' 제한탓 파급력 미미…집값 불쏘시개 우려도
  • ▲ 서울 아파트단지 전경. ⓒ연합뉴스
    ▲ 서울 아파트단지 전경. ⓒ연합뉴스
    2년전 폐지됐던 아파트 등록임대사업 제도가 부활하면서 전세시장 안정화 여부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임대사업자를 대상으로 취득세 등 세제 감면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얼어붙은 시장에 인공호흡을 불어넣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다만 고금리 기조가 내년 상반기 지속될 예정이고, 세제 감면 등 혜택이 10년 장기임대에만 해당돼 시장 안정과 거래량 회복 효과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2023년 경제정책방향' 발표 중 아파트 등록임대 제도의 효과를 두고 시장은 아직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장기적으로 임차인의 주거안정성을 제고하는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겹겹이 규제와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한계가 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손바닥 뒤집는 듯 바뀐 이전 정부의 임대사업자 제도 탓에 정책에 대한 다주택자들의 신뢰가 떨어져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2020년 7·10대책 당시 폐지됐던 아파트 등록임대 제도를 복원하기로 했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5㎡ 이하 10년 장기임대에 한해 임대등록을 허용하고, 신규로 아파트 매입임대에 나선 사업자의 경우 주택 규모에 따라 취득세도 감면해주기로 했다. 감면율은 60㎡ 이하 85~100%, 60~85㎡ 50%다. 

    수도권 주택의 경우 6억원 이하, 비수도권 주택의 경우 3억원 이하 주택을 등록할 때 적용된다. 등록임대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 배제 및 종부세 합산 배제 혜택도 복원된다.

    등록임대주택 제도는 다주택자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대신 의무임대기간을 유지 임대료 인상 폭을 5% 이내로 제한하는 것으로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1994년 처음 도입됐다.

    문재인 정부는 임대차 시장 안정이라는 목적 아래 2017년 12월 양도세 중과를 배제하고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과시 임대주택은 합산하지 않는 내용의 임대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다주택자들의 절세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자 2018년 12·16대책과 2020년 7·10대책을 통해 단계적인 폐지 수순을 밟았다.

    폐지됐던 아파트 등록임대 제도의 복원은 임대차 시장의 불안정성으로 서민층의 주거 부담이 급증한 데 따른 결과다.

    최근 임대차시장은 고금리와 거래절벽,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2법 등의 여파로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다.

    부동산R114의 통계결과 올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2.79%를 기록하며 4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2008년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던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도 14년 만에 마이너스 전환됐다.

    전세의 월세화도 가속화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통계를 보면 12월 현재까지 서울 아파트 월세거래량은 8만6889건으로 전체 전월세 거래량(20만8315건)의 41.7%를 차지했다. 2010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 아파트 월세비중은 2020년 평균 31.4%에서 작년 38.5%로 높아졌고, 올해 처음으로 40%대를 넘어서며 아파트에서도 전세의 월세화가 뚜렷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아파트 등록임대 부활은 임차인의 주거안정성을 일정 부분 개선하는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등록임대주택의 집주인은 매년 5% 이내로만 임대료를 올릴 수 있어, 세입자는 최대 10년까지 급격한 임대료 인상에 대한 부담 없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 현재 임대차 시장에서 민간 등록임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안팎으로 추정되는데, 정부 정책이 시행되면 해당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 

    임병철 부동산R114 팀장은 “주택 거래를 저해했던 규제들이 완화되면 일부 급매물이 소화되고 실거래를 유도해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민간 등록임대에 대한 혜택이 크게 개선되면서 집값 하락이 상대적으로 컸던 수도권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거래 문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미분양 악재에 직면한 건설업계도 아파트 등록임대 복원에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중견 건설사 한 관계자는 “아파트 등록임대가 활성화되면 다주택자의 주택 매입 수요가 늘어 미분양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시장 자체가 워낙 침체된 상태라 단기간에 분양 보릿고개가 해소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임대사업자를 둘러싼 겹겹이 규제가 여전해 시장 안정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론도 적잖다. 

    이번 정책에서 아파트 등록임대를 허용하면서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은 10년 전과 같은 수도권 6억원, 비수도권 3억원을 유지했다. 15년 장기임대인 경우에만 9억원으로 상향된다.

    이럴 경우 서울에서 임대 등록이 가능한 아파트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그만큼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적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안정기로 접어들면 부활한 등록임대 제도가 집값을 올리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번 부동산 규제 완화는 일부 급매물을 소진시켜 시장 연착륙 유도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당장 거래량을 회복시켜 침체된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