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 전용 76㎡ 매매가 1년새 7.8억원 '뚝'시장침체로 초고가 아파트단지 하락세 지속
  • ▲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고금리와 대출제한 등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 침체로 ‘똘똘한 한 채’도 휘청거리고 있다. '강남 불패'라는 별명까지 탄생시킨 강남권 고가주택마저 집값이 하락세를 이어가는 등 주택 시장의 경착륙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 대치동, 서초구 반포동 등 부촌지역 대장주 아파트들의 하락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국내 대표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전용 76㎡(4층)은 최근 18억5000만원에 매매계약서를 썼는데, 이는 작년 같은 평형의 최고거래가인 26억3500만원보다 7억8500만원이나 빠진 금액이다.

    압구정동 '신현대11차' 전용 183㎡는 지난달 25일 56억원(9층)에 거래됐다. 6개월 전 거래가인 59억5000만원 대비 3억5000만원 하락한 수준이다.

    압구정동 '한양5차아파트' 전용 100㎡는 최근 26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가(28억9000만원)보다 2억원 넘게 하락했다.

    인근의 '미성2차아파트' 전용 74㎡는 직전가인 31억7000만원보다 9억원 가까이 떨어진 23억원에 손바뀜했다.

    서초구 반포동 일대 단지들도 하락세를 기록중이다. 해당 지역 대장주 아파트로 꼽히는 ‘반포자이’ 전용 84㎡는 작년 최고가인 36억6000만원보다 1억8000만원 하락한 34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반포동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재건축 이슈 등과 맞물려 호가가 연일 뛰었는데 올해는 정반대 상황"이라며 "다른 지역보다 급매물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그나마도 거래는 잘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으로 강남3구 일대 아파트값이 일제히 올랐지만, 최근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초고가 아파트들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 동향조사 결과 이달 전국 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단독주택 포함) 평균 매매가는 전월 대비 1.03% 하락했다. 

    전국 집값은 올해 8월 3년1개월만에 하락 전환한 뒤 지난달에 이어 하락하며 1.0% 이상의 하락 폭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 집값도 0.79% 하락해 5개월 연속 떨어졌다.

    고가아파트 가격의 기준이 되는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92.07을로 지난달(94.52) 대비 2.58%포인트 하락해 4개월 연속 100 이하로 밑돌고 있다.

    이 지수는 전국 아파트 단지 가운데 가구 수와 매매가를 곱한 상위 50개 단지의 시가총액 변동률을 수치화한 것이다.

    주택 매매시장의 선행지표로 인식되는 경매시장에서도 고가 아파트들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의 통계결과 지난달 서울에서 진행된 아파트 경매 162건 가운데 낙찰된 물건은 고작 23건(낙찰율 14.2%)에 불과했다. 

    특히 재건축 기대감이 높거나. 지역 대장주로 꼽히는 고가 아파트도 경매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감정가 27억9000만원에 경매가 진행됐지만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또한 강남구 도곡동 도곡1차 아이파크 전용 84㎡는 감정가 19억8800만원에,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 163㎡는 40억원에 나왔지만 매수 희망자는 없었다. 

    대치동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장이 아무리 나빠도 강남 아파트값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심리적 저지선이 무너지고 있는 분위기"라며 "고가 단지가 몰려있는 곳이라 거래 자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호가를 수억원 낮춘 일부 급매물만 소진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