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외환시장 선진화 추진해외 금융기관 개방, 개장시간 연장은행들 주52시간 딜레마
  • ▲ 시중은행 딜링룸ⓒ뉴데일리DB
    ▲ 시중은행 딜링룸ⓒ뉴데일리DB
    정부가 추진 중인 외환시장 선진화 계획에 발맞춰 국내 은행들이 대응을 고심하고 있다. 아직 당국의 구체적인 대외 개방안이 마련되지 않은데다 주 52시간제 등 발목 잡는 규제도 존재하고 있어 당분간 속도를 내긴 어려워 보인다.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르면 내년 7월부터 '글로벌 수준의 시장 접근성 제고를 위한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이 시행된다.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를 허용하고, 런던 거래소와 같은 오전 2시까지 연장 운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외환 거래기관과 거래량이 늘어나 환율이 안정될 것으로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야간시간 거래 활성화에 대해 국내 은행들은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개장시간 연장에 맞춰 딜링룸에 추가 인력을 확보하는 것부터 난색을 표한다.

    시중은행 외환부문 관계자는 "딜러가 교대근무를 할 수 밖에 없는데 주 52시간제와 야간수당, 휴식공간 등 챙겨야 할 것이 많다"며 "선진화 방안도 아직 추상적이어서 지금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선진화 방안 초기에는 처리할만한 거래 수요가 부족해 딜러를 추가 배치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야간에 나올 수 있는 수출입 물량을 확보하는게 우선"이라고 했다.

    해외 금융기관들이 야간 시간 트레이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 수요가 강력한데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굳이 국내 은행과 거래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편리한 NDF 거래에 밀려 흥행 참패할 것 같아 걱정"이라며 "새벽 2시 이후에는 NDF 거래가 다시 시작되는데 먼저 시장에 참여할 요인이 없다"고 했다.

    오히려 해외 기관이 트레이딩 인력을 빼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장이 개방되면 해외 본점에서는 딜러를 서울 지점에 따로 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싱가포르 지점 딜러가 우리 외환시장 거래를 맡아 처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송대근 한국은행 외환업무부장은 "자격 제한을 두고 인가 과정에서 여러 의무사항을 부여할 것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최소화하기 위해 계속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외환 시장 대외 개방이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경제가 선진화되면서 외환투자가 확대되고 있어 시장 규제 완화는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국내 금융기관들이 트레이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