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CEO 간담회… 공기지연 피해 하도급업체 떠안아다단계 하도급·대금지급 지연 사태 키워… 무법지대 굴복건설업계 "강경대응 환영, 지속 관리·금전적 피해 보상 필요" 요구도
  •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주요 건설사 CEO들이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박정환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주요 건설사 CEO들이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박정환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건설노조의 타워크레인 월례비 요구와 채용·장비사용 강요 등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원청사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주문했다. 이에 대해 주요 건설사 CEO들은 불법행위로 인한 불가피한 공기지연 등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19일 원 장관과 주요 건설사 CEO들은 서울 강남구 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에서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간담회에는 △지형근 삼성물산 부사장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 △권수영 DL이앤씨 부사장 △정희민 포스코건설 부사장 △임병용 GS건설 대표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 △최익훈 현대산업개발 대표 △김승모 한화 건설부문 부사장 등 11명의 CEO가 참석했다.

    원 장관은 "건설현장이 언제부터인가 건설노조 채용과 장비사용 강요, 노동조합법에 규정되지 않는 전임자들의 급여 강요 등으로 편법·탈법을 지나 무법지대가 된지 상당기간이 지났다"며 "이미 현장소장들의 통제권이 상실된지 오래이고, 조직적인 실력행사를 가해 공사진행이 쫓기는 등 하도급업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무법지대에 굴복하는 현상이 심각하다"고 운을 띄었다. 

    이어 "현장의 정상화는 원청기업의 협조 없이는 진행될 수 없음을 깨닫고 있다"며 "원청업체들이 어떤 부분에서 협력해야 하는지, 현장·감리소장에게 어떤 책임을 부여해야 하는지 튼튼한 현장 작동체계를 짜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원 장관은 또 "다단계 하도급, 대금지급 지연 등의 문제가 현장의 불법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정부와 원도급사가 함께 하도급과 대금 지급에 있어서 불법적인 행태와 불법을 방치하는 이기적인 관행을 바로잡자"고 제안했다.

    건설사 CEO들은 정부의 강경대응에 환영의 뜻을 밝히는 한편 불법 행위에 따른 불가피한 공사 기간 지연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과 지속적인 관리·감독을 요구했다.

    지형근 부사장은 "현장의 공정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시위가 이어지고 강도도 높아지는 양상으로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현장관리와 지도감독이 필요하다"며 "회사 차원에서 일하고 싶은 근로자는 누구든 마음대로 일하고 선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원칙에 준수해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영준 대표는 "건설현장 불법행위는 지역별로 수도권에 75% 집중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며 "대응책으로 협력사의 안전관리 역량지원을 위해 중소협력사에서 현장 안전관리자 채용시 임금 400만원씩, 연간 20억원 이상을 전현장에 지급하고 AI안전관리시스템을 활용하는 한편 불법행위 인원 차단을 목표로 전자카드를 전면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가 고의적으로 경미한 안전관리법 위반사항을 협박으로 악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근거를 제시한다면 처벌을 유예 또는 경감해주는 규정을 신설해주길 바란다"며 "채용강요 등 악성 상습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노조에 대해 삼진아웃제를 적용하고 노조설립 취소규정 신설한다면 확실하게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건설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정환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건설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정환 기자
    권수용 부사장은 "원청사가 할 일은 협력사가 안전한 현장에서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공기지연에 따른 금전적 문제 등을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정희민 부사장도 "국가공사와 달리 민간공사는 공기연장이 어려워 태업으로 인한 공기지연 문제에 취약하고 이는 안전과 품질 등 리스크 관리 문제를 동반한다"며 "이들 부분에 대한 조사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병용 대표는 "불법행위의 싹은 이미 10년전, 20년전부터 있었다"며 "이미 토양이 잘못됐으니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이나 행정적 제도 정비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백정완 대표는 "노조활동의 적법성을 정확히 규정하고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협력업체와 함께 강력 대응할 것"이라며 "2~3개월이 지나면 불법행위가 재발할 수 있어 지속적인 관심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설현장의 생산성이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인 만큼 외국인력 쿼터 확대 등 인력공급 조치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원 장관은 "불법행위로 피해 받는 하도급사에게 공기준수를 강요하는 것은 건설노조의 부당한 요구를 수용하라는 무언의 지시와 다를 바 없다"며 "현장실무자들이 이런 행위를 하지 않도록 CEO들이 직접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정부는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을 목표로 지방국토관리청에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원 장관은 "고용노동부 소속 근로감독관은 일반적인 노동문제에 대해서는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겠지만 건설현장 특성에서 나온 문제는 숙지가 어렵고 조정을 할 수 있는 네트워크도 부족하다"며 "이에 특사경을 국토부내 건설현장 감독 공무원에게 부여함으로써 건설현장의 특성에서 나오는 문제를 조사하거나 제재를 가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