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요르단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 한은 콘퍼런스 기조연설"기대수명 증가·노동인구 감소, 실질금리 하락 핵심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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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마스 요르단 스위스중앙은행(SNB) 총재가 30일 "중립금리(자연이자율)는 통화정책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준거지만 추정치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밝혔다.

    요르단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신축별관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2024년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오프닝세션 기조연설자로 나서 '통화정책 준거로서의 자연이자율(R)'을 주제로 이같이 발표했다.

    요르단 총재는 “펜데믹 이후 주요국의 긴축적 통화정책 등으로 실질금리가 상승하면서 중립금리가 앞으로 상승할지 또는 팬데믹 이전의 낮은 수준으로 회귀할지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며 “그러나 중립금리 추정치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40여년간 주요국의 실질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0%를 약간 밑도는 수준까지 하락했다. 코로나 이후 최근에는 제로금리를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상승했다. 

    요르단 총재는 "중립금리가 재상승하고 있는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분석했다. 

    그는 “낮은 잠재성장률 기대수명 증가 등 실질금리를 낮추는 요인과 비경제활동이구 증가로 인한 저축률 하락, 대규모 재정적자, 신기술에 다른 생산성 향상, 녹색전환에 따른 대규모 투자 등 실질금리를 높이는 요인이 혼재돼 있다”고 부연했다. 

    자연이자율(중립금리)은 저축과 투자가 균형을 이뤄 물가를 변동시키지 않고 잠재적인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는 이론적 측면의 실질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기준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높다면 긴축적 통화정책이며, 낮다면 완화적 통화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요르단 총재는 중립금리 추정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이를 정책에 활용하려면 신뢰할만한 추정치를 도출하는 게 중요하다며 다양한 추정방식과 모형을 활용하고, 교차 확인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요르단 총재는 “스위스중앙은행은 물가목표를 0~2% 범위로 넓게 규정하고 통화정책을 운영하는데 이러한 유연성은 은행이 외부 충격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중립금리 또는 인플레이션 전망의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통화정책 결정자들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불확실한 중립금리 추정치를 통화정책 결정에 유용한 추정치로 변환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중립금리의 구조적인 변화요인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브라질 PUC-Rio대 카를로스 카르발류 교수는 이날 콘퍼런스에서 노동인구 증가율 하락과 기대수명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는 실질금리를 하락시키는 핵심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9개국 데이터를 토대로 모의실험을 진행한 결과,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는 1990년대 이후 하락세를 나타냈다.

    특히 고령화된 국가(노동인구 증가율이 낮고 부양비가 높은 국가)의 실질금리는 젊은 국가보다 낮은 수준에서 형성됐다.

    실질금리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자국 기대수명 증가였으며, 자본이동이 활발할수록 실질금리는 글로벌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후 실증분석 결과에서도 모의실험 결과처럼 노동인구 증가율 하락, 기대수명 증가는 실질금리 하락 요인이었으며 글로벌 금리도 지배적인 결정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부채와 연금 지출 증가는 실질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가 실질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카를로스 카르발류 교수는 "실질금리의 장기 추세는 대내적으로 각국의 기대수명이나 노동인구 변화 같은 인구구조 요인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대외적으로 자본시장의 글로벌화 정도에 따라 글로벌 금리 결정요인 영향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