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 한달새 5% 감소… 환율 27년만에 최고 수준銀 자본비율 비상… 신한은행, 조기 기업신용평가 돌입하나은행, RWA 관리 회의 주 1회에서 2회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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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이에 따른 불안감이 금융권의 자본비율관리로 번졌다.은행권은 보유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한편 위험자산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조기 기업신용평가를 단행해 대출 위험을 재분류하고, 본점 단위의 위험평가를 지점별로 세밀화하는 등 기민한 대응에 나섰다.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우리나라의 원화 가치가 5% 넘게 떨어졌다.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 작년 11월 말 1394.70원에서 12월 말 1472.50원으로 77.80원 올랐다. 달러당 원화 환율이 오른 것은 원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뜻이다. 12월 한 달간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5.3% 하락했는데 이는 주요 20개국 중 두 번째로 통화가치 하락 폭이 크다.지난해 말 종가 1472.50원은 1997년 말 1695원 이후 2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올해 들어 주춤했던 환율은 다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1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종가(1465.0원)보다 8.2원 오른 1473.2원에 개장해 4거래일째 오름세다.이 같은 환율 발작은 은행입장에서 위험가중자산(RWA)의 원화환산액 증가로 보통주자본비율(CET1)하락을 초래한다. CET1 비율은 보통주 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수치로 금융사의 손실흡수능력을 나타낸다. 위험가중자산은 은행의 자산을 대출이나 미수, 해외투자 등 유형별로 위험정도를 감안해 재평가한 것을 이른다.환율이 급상승하면 외화RWA의 원화환산액이 늘어서 총자본비율이나 보통주자본비율 등 원화RWA를 바탕으로 계산되는 은행 건전성 지표를 악화시킨다.금융지주와 은행은 CET1 비율 11.5%를 의무적으로 맞춰야 하며 이를 어길 시 배당·상여 지급 제한 등 조치를 받을 수 있다. M&A 등 투자 활동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한국은행에 따르면 원화값이 10원 하락할 때 5대 금융지주 위험가중자산은 약 1조9800억원 늘어난다. 환율 상승으로 위험가중자산이 높아지면 은행 건전성 지표 중 하나인 ‘총자본비율’과 유동성 지표인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등이 하락하게 된다.한국은행이 지난 24일 발표한 ‘2024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급격한 환율 상승은 금융기관의 손실 흡수력이나 유동성 등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이에 은행들은 고환율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여신에 대한 조기 신용평가에 나섰다.신한은행 관계자는 “RWA(위험가중자산)/ROC(자본수익률) 개선을 위해 올 상반기 만기 도래하는 기업여신 중 연말기준 매출액 상승 등을 통해 재무비율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기 신용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기업 신용등급을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향후 신용등급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관심기업으로 선정해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기업 신용등급을 사전적으로 관리해 CET1 비율을 개선하고 ROC 관점에서도 자본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그러면서 “신규 여신 섭외시에도 신용등급 및 담보비율이 높은 우량 기업들을 대상으로 신규 유치를 본점 차원에서 적극 지원해 RWA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국민은행은 본점 차원에서 관리하던 위험자산 관리를 영업점 단위에서 세밀하게 시행 중이다.우리은행은 외화표시 자산을 줄이고 원화담보대출을 늘리는 식의 위험자산 ‘리밸런싱’을 진행 중이다.우리은행 관계자는 “환율민감자산 등 위험자중자산의 선제적인 관리를 통해 환율급등에 따른 영향도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하나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그룹 경영진이 RWA 관리회의를 주 1회에서 2회로 확대해 환율 변동성과 자본비율의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하나은행 관계자는 “환율상승으로 자본비율 하방 압력이 예상되지만, 당사의 보통주 자본비율은 여전히 규제 기준을 웃돌고 있으며, 견조한 이익 창출 기반과 주주환원 역량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