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회장, 조 행장에게 신사업추진위 넘기며 전권 위임두달만에 알뜰폰 제휴 성과내며 결실… 인뱅 투자도 도전상반기 어닝 서프라이즈로 성과 입증… 내부통제 미흡은 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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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장 임기가 올 연말 일제히 만료된다. 차기 행장 인선 작업은 금융당국의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에 따라 오는 9월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금융권을 선도하는 맏형격 은행들의 수장 이슈에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금융권에서는 은행장들의 재임 성적, 금융사고·횡령·배임 등 내부통제 이슈,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가능성 등에 따라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5대 은행장의 재임 기간 공과(功過)와 연임 가능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전 회장‧행장 관계와 다르게 임종룡 회장은 조병규 행장을 신임하고 있다”지근거리에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지켜본 우리은행 임원의 말이다.실제로 은행장 직속 ‘신사업추진위원회’ 신설을 보면 임 회장이 조 행장을 신임한다는 걸 엿볼 수 있다.임종룡 회장은 지난 4월 그룹에 있던 신사업 기능을 우리은행으로 넘겼다. 임 회장이 조 행장에게 신사업 의사결정에 대한 전권을 위임한 셈이다. 통상 지주 차원에서 다루던 미래 신사업 의제를 은행으로 이동시킨 것을 놓고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조 행장은 신사업 외에도 고전을 면치 못하던 우리은행 실적을 올해 상반기 ‘어닝 서프라이즈’로 이끌며 임 회장과 신뢰 관계를 확실히 다지고 있다.그러나 우리은행 내 잇따라 터진 대규모 금융사고로 인해 내부통제에서 낙제점을 받은 점은 조 행장 연임에 변수다.◇신사업추진위 ‘알뜰폰’ 사업 결실… 상반기 ‘깜짝 실적’ 호재조 행장이 의장을 맡은 신사업추진위에는 주요 부문장, 그룹장이 참여하고 있는데 전통적 은행이 가지고 있는 각종 레거시(Legacy)에 구애받지 않고 하나의 스타트업처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신속한 의사결정을 특징으로 한다.지난 4월 설립된 이후 2달 만에 LG유플러스와 알뜰폰 신사업 확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성과를 내기도 했다. 조 행장이 직접 신사업 의제를 다루며 주요 임원들과 논의하면서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신사업추진위는 제4인터넷전문은행 지분 투자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재 소상공인 특화 인터넷은행을 준비 중인 KCD(한국신용데이터)뱅크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다.토큰증권발행(STO) 업무도 신사업추진위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STO 업무는 알뜰폰과 마찬가지로 비금융 사업이다. 알뜰폰과 STO 사업 등을 통해 비금융 신사업을 마련하는 게 우리은행의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조 행장의 큰 그림으로 보인다.조 행장은 올해 시중은행 당기순이익 1등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실제 우리은행은 상반기 1조679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해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순이익 성장률로만 보면 우리은행이 13.6% 늘며, 경쟁사인 KB국민은행(-19%), 하나은행(–4.8%), NH농협은행(1.6%)보다 높았다.이는 조 행장이 취임 공약으로 내건 기업금융 명가 재건 노력이 빛을 낸 것으로, 기업대출 중심의 견조한 자산 성장이 역대급 실적의 핵심 동력이었다.그 결과 지난해 말 170조4000억원이었던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올 상반기 182조9000억원으로 반년새 7.3%(12조5000억원) 늘었다.대기업대출은 같은 기간 45조2000억원에서 52조2000억원으로 15.4%, 중소기업대출은 125조2000억원에서 130조7000억원으로 4.4% 증가했다.다만 조 행장의 포부를 실현하기엔 다소 아쉬운 성적표다. 올해 상반기 깜짝 실적을 냈음에도 4대 시중은행 중 3위에 머물렀다. 1위인 신한은행과는 3700억원 넘는 격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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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통제 개선 이후에도 횡령사고 발생… 연임 변수만 2년이 채 안된 짧은 임기 속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달려온 조 행장의 어깨는 무겁다.대형 횡령 사고가 터지면서 조 행장이 취임 공약으로 내세운 내부통제 강화가 빛바래졌기 때문이다.우리은행 김해지점에서는 앞선 지난해 9월부터 지난 5월까지 180억원의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700억원대 횡령사고가 드러난 지 2년 만에 또다시 대형 금융사고가 재발한 것이다.횡령 직원은 결재권자의 컴퓨터를 사용해 대출 승인 결재를 대신하는 관행 등을 이용해 우리은행 자체 감시시스템을 피하고 수십회에 걸쳐 대출을 일으킨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대출 승인과 집행 과정에서의 허점을 이용한 범죄로 우리은행 내부통제가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특히 22대 국회 첫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의 주요 어젠다 역시 금융사고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내부통제 강화 드라이브를 걸고 난 이후 또다시 터진 사고라 조 행장뿐만 아니라 임종룡 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다만 일각에선 조 행장이 전임 행장의 잔여 임기를 물려받아 다소 짧은 임기를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경영 안정성 차원의 연임을 점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