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이달에도 가산금리 인상 랠리… 0.3~0.4%p↑하나은행, 당국 눈치에도 한차례 인상 그쳐"집단대출 상환등 축소규모도 종합 고려"'금리인상 무용론'‧'이자장사 비판' 고려
  • ▲ ⓒ뉴데일리 DB.
    ▲ ⓒ뉴데일리 DB.
    시중은행들이 거침없이 대출금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가산금리를 수차례에 걸쳐 0.1~0.2%포인트씩 올렸는데 이달 들어서는 0.3~0.4%포인트씩 높이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우려한 금융당국의 관리 강화 주문이 ‘이자장사’의 판을 깔아준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하나은행은 지난달 초 한차례 금리를 조정한 뒤 인상 행렬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특히 하나은행은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가장 높아 당국으로부터 느끼는 압박감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행보로 여겨진다.

    ◇ 대출금리 4~5차례 올리는데… 하나은행은 딱 한차례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일부 가계 부동산담보대출 상품의 금리를 0.3%포인트 인상했다. 지난달 3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0.13%포인트 올린 이후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해 다섯번째 금리인상 조치다.

    신한은행도 전날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올렸다. 지난달 15일, 22일, 29일에 이어 네 번째 금리인상이다.

    지난달부터 세차례 금리를 높인 우리은행도 오는 12일 주담대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추가 인상할 계획이다.

    반면 하나은행은 지난달 초 주담대 금리를 0.2%포인트 한차례 인상한 뒤 더 이상 손을 대지 않고 있다.

    금리인상 행렬에 동참하지 않은 결과 하나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시중은행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주담대 혼합형(5년 고정) 금리 하단은 이날 기준 3.106%다. 이어 신한은행의 금리 하단은 3.24%, 우리은행 3.48%, 국민은행 3.58%, 농협은행 3.68% 등이다. 

    다른 은행 대비 낮은 금리가 지속되면 가계대출 관리에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 하나은행 “추가 계획없어”… 이자장사 비판 의식한 듯

    하나은행은 여전히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추가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지난 7월 금리를 한차례 올렸기 때문에 추이를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집단대출 등 상환분도 있기 때문에 향후 축소규모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5대 은행 중 가장 많은 집단대출 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6월말 기준 잔액은 36조2507억원으로 30조원대 안팎인 다른 시중은행 대비 6조원 가량 더 많다. 

    이중 중도금이 상환되고 잔금대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상당 규모가 다른 은행으로 분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가산금리 조정으로 기대했던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도 하나은행이 추가 인상에 신중한 이유로 꼽힌다.

    은행권이 일제히 금리를 올린 지난달에도 가계대출 증가세는 지속됐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715조7383억원으로 전월보다 7조1660억원 증가했다. 2021년 4월(9조2266억원) 이후 39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같은 기간 주담대 잔액은 7조5975억원 늘어 전체 가계대출 잔액보다 더 많이 증가했다.

    가계대출 관리 효과가 없다는 게 눈에 보이는데도 지속적으로 주담대 금리만 높일 경우 은행들은 더 이상 금융당국의 기조를 핑계 삼아 이자장사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로 은행권에서는 금리인상으로 인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당연히 금융당국의 기조에 따라야 하겠지만 소비자들의 불만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 ⓒ뉴데일리 DB.
    ▲ ⓒ뉴데일리 DB.
    ◇ 가계대출 증가율 최고… 당국‧고객 눈치 사이 줄타기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일 것을 주문하는 상황에서 하나은행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임원회의에서 "성급한 금리 인하 기대와 국지적 주택가격 반등에 올라탄 무리한 대출 확대는 안정화되던 가계부채 문제를 다시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가계대출 증가율을 고려하면 하나은행은 가장 적극적으로 금리인상 등 조치에 나서야 하는 입장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상반기 중 가계대출 잔액이 3.6% 늘어 5대 은행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은 3.0% 증가했고 농협은행은 2.5%, 신한은행은 2.1%, 우리은행은 0.3% 늘었다.

    주담대만 놓고 봐도 하나은행의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하나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상반기 중 5.46% 증가했다.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한 우리은행(1.5%)와 비교하면 4%포인트 가까이 차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