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먼데이' 증시 폭락 후 회복세 더뎌일 평균 거래대금 10조원 아래로 떨어져"9월 금리인하 기대감 선반영, 상승폭 제한"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블랙 먼데이' 사태 이후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증시에서는 반등세가 뚜렷한 가운데 국내 증시는 회복이 더디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국내에서는 밸류업 정책에 증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컸었던 가운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국장'에 대한 불만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견고한 소매판매와 고용 등 주요 경제 지표들이 시장 기대 수준으로 나오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한층 누그러졌다. 이에 21일(현지시간)까지 S&P 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모두 8거래일 연속 오르는 등 랠리를 이었다. S&P 500지수는 작년 11월 8일 이래, 나스닥지수는 12월 19일 이래 최장 상승세를 기록한 수치였다.

    전일까지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등 주요 지수들은 모두 빨간불을 켰다. 낙폭을 주도했던 미국 빅테크 종목들이 다시 살아난 영향이다. 증시 폭락과 동시 인공지능(AI) 거품론에 급락했던 엔비디아 주가는 전일까지 5% 이상 오르며 8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저점 대비로는 43%나 급등했다. 

    오는 28일에는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있어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같은 기간 테슬라도(22%), 아마존(18%), 메타(18%), 마이크로소프트(9%), 구글(8%) 등 주요 기술주들이 모두 반등에 성공하며 본 궤도에 다시 안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지수도 상승세를 되찾은 모습이다. 지난 16일 3.64% 오른 3만8062로 거래를 마치면서 11일 만에 증시 폭락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닛케이지수도 마찬가지로 지난 5일 12% 넘게 폭락한 바 있다.

    문제는 코스피다. 주요 글로벌 증시가 살아난 반면 코스피지수는 여전히 박스권을 횡보 중이다. 지난 5일 2440선까지 고꾸라졌던 코스피는 현재 2600선까지 올라왔지만 상승폭을 좀처럼 키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코스피 주도주들이 이전 주가로 회복이 더딘 탓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엔비디아 수혜주로 묶이며 각각 '10만전자·24만닉스'로 향하고 있었지만 투심 악화에 최근 들어 8만 원, 20만 원 아래까지 떨어진 상태다.

    평균 거래대금도 감소했다. 지난 6일부터 21일까지 코스피 시장의 일 평균 거래대금은 10조3000억 원 수준으로 지난달 평균치인 12조 원대 보다 14% 가량 떨어졌다. 전일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2696.63) 대비 0.17% 오른 2701.13으로 거래를 마쳤지만 거래대금은 9조 원대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개인투자자들이 국장을 포함한 아시아 장에서 떠나면서 지수가 박스권에 갇혀있다는 평가가 두드러진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국내 증시에서 13조 원의 자금을 순매도했다. 

    반면 미국 증시에서는 127조 원 이상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달 7일부터 20일까지만해도 미국과 유럽 증시에서 각각 4298억 원, 370억 원 가량을 사들였다. 시장에서는 증시 부양책인 밸류업 정책에도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와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업종별 상승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주가 상승에 주식 수의 증감은 매우 중요한데 2010년 대비 현재 코스피 주식 수는 97% 증가했지만 S&P500과 토픽스 주식 수는 5~6% 정도 감소했다"며 "매입이 소각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지 않은 한국과 달리 대규모 자사주 소각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미·일 증시 고공행진의 원동력이다"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수출 관련 일부 기업이 전체를 끌고가는 상황이지만 상대적으로 내수는 좋지 않다"며 "2~4분기 일본의 임금 상승률은 높은데 우리나라는 내수 부분에서의 완충 역할이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오는 23일 '잭슨홀 미팅' 기조연설로 향하고 있다. 다음 달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투심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다만 이미 기대감이 선반영된 상황에 증시가 크게 뛰진 않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정 연구위원은 "시장이 이미 금리인하 기대를 반영하고 있고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이 금리인하를 시작하겠다는 정도의 발언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증시가 올라가거나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