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훈 대표도 수수료 등 비용 문제로 업무 수탁 구조 검토 지시지주사 대표 승인 거치는 인사발령, 세계 선진경영 체제와 배치직위 강등 트리거 '권순기 전무' 라데팡스와 무관
  • ▲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최영찬 기자
    ▲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최영찬 기자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한미약품 독자경영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박 대표는 30일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는 그동안 전문경영인 체제를 존중하고 지지하다고 밝힌 만큼 이번 한미약품의 독자경영 방침을 존중해 달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난 28일 별도의 한미약품 인사팀과 법무팀을 신설하고 해당 부문 임원인사를 냈다. 그동안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에 위임했던 인사부문 업무를 독립시키겠다는 취지로 인사조직을 시작으로 독자경영을 위해 필요한 부서들을 순차 신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임종훈 대표는 같은 날 박 대표의 직위를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하고 업무권한을 팔탄공장의 제조본부 담당으로 축소하는 조치를 내렸다.

    박 대표는 한미약품의 자체적인 인사팀, 법무팀 구축은 그동안 논의돼 왔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한미약품의 인사, 법무 업무를 한미사이언스에 수탁하는 구조로 진행해 왔었기 때문에 수수료 등 비용 문제가 있어 임종훈 대표도 이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지주사 대표의 승인을 거친 뒤 인사팀을 통해 인사발령을 내는 절차가 세계적인 선진 경영체제와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초부터 인사 등과 관련해 제가 발령하지 않은 사람이 회사에 들어오거나 결재하지 않은 업무가 이전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임종훈 대표에게 그렇게 안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런 절차는 주주들을 위한 일은 아니고 이사회 의사결정 권한을 축소하는 것이기도 하다"면서 "고 임성기 선대회장께서 오랜기간 주문해 오신 전문경영인 체제가 한미약품부터라도 확고히 서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투명하고 독립적인 경영을 해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표는 "한미약품의 일반 업무는 한미사이언스 법무팀과 여러 업무가 임종훈 대표 직속으로 돼 있다"면서 "법무처럼 꼭 필요한 업무에 관해서는 재가를 받아야겠지만 인사나 총무 등 독자적으로 진행할 영역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여러 단계를 거쳐 검토를 받는 과정에서 인재영입 등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한미사이언스와 지속적으로 협력할 부분이 있으면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 대표는 "한미사이언스가 관리하는 계열사 업무의 95%가 한미약품과 관련돼 있어 한번에 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신입사원 채용과 같은 일반적인 업무는 한미사이언스와 같이 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박 대표가 단행한 인사는 대주주연합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기도 하는데 박 대표는 이에 대해 선을 그었다.

    박 대표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는 대주주연합의 의견을 직간접적으로 듣고는 있지만 이번 결정이 그분들의 뜻을 받들기 위해서 내린 것만은 아니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업계에서는 임 대표가 박 대표를 사장에서 전무로 직위 강등시킨 결정적 원인이 신설한 경영관리본부 법무팀에 권순기 전무이사를 영입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권 전무는 송영숙·임주현 모녀의 자문사 역할을 맡았던 사모펀드 라데팡스파트너스(라데팡스) 측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임종윤·종훈 형제가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차지한 이후인 올 4월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 상무이사에서 물러났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2022년 라데팡스가 개입한 이후 경영권 분쟁 구도가 심화됐다고 지목한 바 있을 정도로 라데팡스와 불편한 관계에 있다.

    박 대표는 이와 관련해 "권 전무는 20년 경력의 변호사로 다른 기업과 로펌 등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고 지난 2년간 한미사이언스에서 근무하면서 능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면서 라데팡스와 큰 관련이 없고 그렇게 규정하는 것도 그 분께 실례되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 대표와 기자들 간 간담회에는 남지선 한미사이언스 법무팀 이사도 동석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