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형제의 난 핵심증인 "조현문,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보도자료 배포하라고 협박"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조현준 회장의 비리자료를 빌미로 효성 측에 보도자료 배포를 강요했는지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 간 공방이 이어졌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 심리로 조 전 부사장과 공갈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의 공판이 열렸다.

이날 공판에서는 지난 9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변호사 A씨에 대한 증인 신문이 이어서 진행됐다. A씨는 당시 조 전 부사장의 메시지를 동생 조현상 부회장 및 효성 임원 등에 직접 전달한, '형제의 난'의 핵심 인물 중 하나다.

A씨는 이번 재판에서도 지난 2013년 2월 효성 본사 방문 당시 조 전 부사장이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으면 조현준 회장의 비리 자료를 가지고 서초동(검찰)에 가겠다"라고 전달할 것을 요청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은 효성그룹을 떠나기 전 자신의 업적과 '법무법인 현'에서의 새 출발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할 것을 효성 측에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A씨는 "누구에게 그런 말을 했는지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으나, 고객(조 전 부사장)이 명시적으로 요청했기에 발언한 것"이라며 "다만 이와 같은 멘트에 대한 조 전 부사장의 근원적 동기로는 보도자료 관철에 그치는 것이 아닌, '효성의 불법 비리로부터의 자유'가 깔려 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검찰 측은 조 전 부사장이 뉴스커뮤니케이션즈를 통해 보도자료를 배포할 수 있었음에도 언론에서 자신의 사임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도록 하기 위해 효성을 통한 배포를 원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A씨는 조 전 부사장의 비상장 주식을 효성 측에 매각하기 위해 'HJ(조 회장) 토크 포인트' 문건을 작성했냐는 검찰의 질문에 "조 회장과의 담판에 최대한 잘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답했다.

또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을 제압하기 위해 조 회장의 부정행위를 수사 기관에 형사 고발하거나 비상장 회사를 상대로 한 내용 증명 등을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었는지에 대해 "목적 달성의 수단적 차원에서 보면 그랬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한편, 조 전 부사장 측 변호인은 효성을 통한 보도자료 배포라는 '플랜A'가 성사되지 않을 시 법무법인 현 등을 통한 배포라는 '플랜B'가 있음에도 서초동이라는 강력한 단어를 언급한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변호인은 조 전 부사장이 비상장사 대상 내용 증명을 보내거나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 소송 등을 제기한 것이 조 회장을 겁먹게 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질문했다.

이에 A씨는 "당시 조 전 부사장은 최대한 효성 측을 압박해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압박의 일환으로 소송까지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나에게) 필요한 조치를 요구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A씨는 변호사로서 "보도자료 배포 요구로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받을 수 있음을 (조 전 부사장 측에) 보고까지 했다"며 공범이 되는 것을 감수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판은 효성가(家) 형제 갈등이 화해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진행됐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지난 7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상속재산 전액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형제들에게 이를 위한 공익재단 설립에 협조할 것을 요청했다.

이어 지난달 15일 형제들이 자신의 뜻에 동의했음을 알리며 "가족 간 화해의 물꼬를 트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히자, 업계에선 화해 무드가 조성됐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