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큰손 증시 비중 확대해야…좀비기업 퇴출 작업 병행""핵심 투자 주체로서 의결권 행사해 기업 혁신 유도 촉매제 돼야"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 "밸류업 지수 활용 방안 강구해 나갈 것"
  •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금융감독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금융감독원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자본시장 내 큰 영향을 끼치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자산운용회사들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연기금과 운용사들이 지분을 보유한 상장회사에 대한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기업 혁신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더불어 상장폐지 절차를 단축하고, 상장유지 요건을 강화해 상장사의 질적 제고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2일 금감원·국민연금공단·한국거래소가 공동으로 개최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 토론'에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연기금, 운용사 등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이 원장은 이날 "그간 주주 이익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환경 조성을 위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라며 "이제는 기관투자자의 투자가 실질적으로 확대되고 기업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이행에 대해서는 "연기금과 운용사가 자본시장의 핵심 투자 주체로서 의결권을 적극 행사해 기업의 혁신을 유도하는 촉매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감원도 펀드의 독립적인 의결권 행사를 적극 지원하는 한편, 위탁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적정성 등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기금과 자산운용사와 같은 기관 투자자가 국내 증시 투자를 늘려 자본시장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본 공적연금(GPIF)이 자국 증시 투자 비중을 확대해 자본시장의 저평가를 해소하고 증시 부양에 긍정적으로 기여한 점이 소개되기도 했다. 실제 GPIF의 일본 주식 투자 비중은 지난 2010년 11.5%에서 지난해 24.7%로 13.2%포인트 불어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규모는 158조7000억 원, 국내 운용사의 주식형 펀드를 통한 투자 규모는 67조 원에 달한다. 이는 일반주주들을 대신해 상장사에 대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 혁신을 유도할 수 있는 규모로 평가된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박철우 신한금융지주 파트장은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을 만나면 한국은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장기 투자 자금이 보이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한다"라며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는 것도 안타깝다"라고 지적했다.

    이상목 컨두잇 대표이사도 "국민연금이 조금 더 주주제안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길 바란다"라며 "기관투자자들이 주주권 행사를 어떻게 검토했는지 자세히 공시되도록 의무를 확대했으면 한다"라고 제안했다.

    이날 국민연금은 주주‧기업가치 제고 기업에 대한 투자 확대, 기업지배구조 개선 그리고 밸류업 관련 대책을 기금 운용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한국거래소도 한계기업 퇴출, 밸류업 프로그램 등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기금운영본부 내에 조직을 신설 운영 중"이라며 "의결권 행사 기준의 적정성을 검토해 향후 기금 운용 전반에 이를 적절히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또한 "거래소에서 발표 예정인 밸류업 지수가 국민연금기금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활용 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이른바 '좀비기업'을 증시에서 솎아내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좀비기업의 신속한 퇴출이 어려워지면 자본시장 내 가치 상승이 제한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복현 원장은 "좀비기업은 자본시장 내 가치 상승의 제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신속히 퇴출할 필요가 있다"라며 "상장폐지 절차 단축 및 상장유지 요건 강화 등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을 소관 부처와 논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 측은 "이번 토론을 통해 주주 이익을 고려하는 환경 조성, 기업가치 제고 필요성 등에 대해 국민연금, 한국거래소와 인식을 같이해 매우 뜻깊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우리 증시를 보면 글로벌 경기 전망 악화 우려 등으로 인해 하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밸류업 계획을 발표한 코스피 상장사(9사)의 경우 대부분 연초 대비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라며 "기업가치 제고 노력이 실제로 주가에 반영되는 현상도 확인되고 있는 만큼 금감원도 관계 기관과 협력해 기업 밸류업을 비롯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