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 체육회 비위 점검 결과 발표이 회장 등 8명 비위 확인 … 수사의뢰·문체부 통보
  • ▲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데일리DB
    ▲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데일리DB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지난달 8일부터 이달 8일까지 대한체육회를 대상으로 비위 여부를 점검한 결과 직원부정채용, 물품 후원 요구와 후원물품 횡령, 체육회 예산낭비 등의 혐의를 발견하고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 관련자 8명을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고 10일 발표했다.

    또한 이 회장의 부적절한 언행과 업무추진비 부적정 집행 등에 대해선 관련자 11명을 법에 따라 조처토록 문화체육관광부에 통보하기로 했다.

    주요 혐의를 보면 먼저 이 회장은 자기 자녀의 대학친구 A씨를 충북 진천의 국가대표선수촌 직원으로 채용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한 의혹이 있다. 해당 자리는 훈련 관리 업무를 하는 자리로 기존에 국가대표 경력이나 전문스포츠지도사 2급 자격 등이 요구됐다. 이 회장은 선수촌 고위간부 B씨에게 A씨 이력서를 주고 관련 담당자에게 자격요건 완화를 여러 번 지시했다. 자격요건 완화 시 연봉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보고도 묵살하고 요건 완화를 반대하는 채용부서장도 교체했다. A씨는 자격조건이 삭제된 상태에서 합격했고, B씨는 면접위원으로 참여해 A씨에게 응시자 중 최고 점수를 줬다. 점검단은 이 회장과 관련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국가대표선수촌 고위간부 C씨가 이 회장과 친분 있는 한 스포츠종목단체 회장 D씨에게 선수용 보양식과 경기복 구매비 대납을 요구한 혐의도 드러났다. 관련 진술에 따르면 D회장은 올 초 이 회장에게 파리올림픽 관련 주요 직위를 맡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며 이후 물품 구매비용 8000만 원을 대납하고 자신이 원했던 직위를 맡았다. 점검단은 금품 등의 수수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이 회장은 평창올림픽 마케팅 수익 물품 중 휴대전화 20대, 신발, 선글라스 등 총 4종 6300만 원 상당의 물품을 직접 사용하거나 지인 등에게 나눠준 횡령 혐의도 받고 있다. 점검단 설명으로는 이 회장은 지난 2018년 4월쯤 이들 물품을 회장실로 배당받아 휴대전화 등을 장부에 기록하지 않고 지인에게 제공한 의혹이 있다.

    점검단은 이 회장이 체육회 직원 등에게 상습적으로 욕설과 폭언을 해왔다는 진술도 여럿 확보했다고 밝혔다. 가령 지난 2022년 6월쯤 진천 선수촌 직원 부당 채용 시 연봉을 낮춰야 한다는 보고를 받으면서 "어떤 XXXX가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화내며 욕설과 폭언을 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 회장은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피하려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이 진행 중인 시간에 급하지 않은 전북 남원의 '국립 유소년스포츠콤플렉스 센터 건립 업무협약식' 일정을 진행한 사실도 확인됐다. 또한 당일 행사가 오전 11시55분쯤 끝나자 서울로 바로 복귀하지 않고 진천 선수촌을 들러 인근 식당에서 직원들과 폭탄주를 곁들인 식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문체위 국감은 다음 날 새벽 1시39분까지 이어졌다.

    점검단은 파리올림픽 참관단도 부적절하게 운영된 것을 확인했다. 이 회장은 총 98명 규모의 참관단에 체육계와 관련 없는 지인 5명을 포함하도록 추천하고 이들이 관광 등의 일정을 수행할 수 있게 특혜를 줬다. 이들 5명에 대해선 1인당 300만 원 이상의 항공료를 체육회가 대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으나 체육회의 비협조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점검단은 설명했다. 점검단은 이 부분에 대해 배임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아울러 점검단은 체육회의 후원물품 모집과 관리 체계가 허술하고 방만하다고 지적했다. 선수촌 고위간부가 물품 관리부서를 통하지 않고 직무와 관련된 후원사에 직접 연락해 4700만 원 상당의 침구세트 등을 후원받은 뒤 이를 따로 보관하며 멋대로 사용한 의혹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체육회는 2016년부터 올해 10월까지 후원·기부, 수익사업을 통해 총 280억 원 상당의 물품을 제공받았으나, 관리부서는 물품 사용부서의 적정 사용 여부와 사용기록 등을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점검단은 "이 밖에도 부적정한 업무추진비 카드 사용과 정원 위반 사항 등 여러 문제가 드러났으나 체육회 일부 임직원의 자료제출 거부나 무단 연가 등 비협조로 확인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부당한 업무처리 혐의를 명백히 밝히기 위해 점검 결과를 수사기관에 넘기고, 주무 부처에도 알려 조처토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