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코스피·코스닥 급락…연중 최저치 개인 패닉셀링 지속…기관·외국인 '사자' 역부족정치적 혼란 장기화…증시 변동성 지속 전망
-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사태로 정치적 혼란이 확대되면서 국내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의 순매수세에도 개인 패닉셀링(공포 속 매도)이 이어지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은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탄핵 여부에 대한 윤곽이 뚜렷해질 때까지는 관망세를 취할 것을 권했다.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7.58포인트(2.78%) 내린 2360.58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2일(2343.12) 이후 최저점이다. 이날 지수는 35.79포인트(1.47%) 내린 2392.37로 출발한 뒤 장 중 낙폭 일부 축소와 확대를 반복했다.
코스닥 상황은 더욱 처참했다. 코스닥은 이날 지수는 11.98포인트(1.81%) 내린 649.35로 출발한 뒤 낙폭을 키우며 5.19% 급락한 627.01에 거래를 마쳤다. 이 역시 연중 최저치다. 코스닥이 630선을 하회한 건 2020년 4월 코로나 시기 이후 4년 8개월만이다.
이날 지수 급락은 지난 6일부터 이어진 개인 투자자의 패닉셀(공포 매도) 영향이다. 개인은 지난 6일 코스피에서 4647억원어치를 내다 판 데 이어 이날 5913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 투자자는 4099억원을, 외국인 투자자는 911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방어에 나섰지만 개인들의 투매 물량을 받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들이 지금의 혼란한 상태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 것 같다"며 "기존에 반영되고 있던 경기 둔화에 대한 두려움에 이번 사태로 바닥을 찍은 줄 알았던 내수 경기마저 망가질 수 있다고 보고 매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전문가들은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증시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 불성립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연장됐다"며 "국내 증시와 외환 시장의 단기적인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수의 드라마틱한 상승도 기대하기 힘들지만 지금 레벨에서 추가적인 급락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선례를 볼 때 정치적 변수가 증시의 추세를 결정하지 않았고, 이미 국내 증시가 역사적 저점에 와 있다는 점에서 투매에 참여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V자 반등은 어렵지만 하락도 제한적인 국면"이라며 "극단적 시나리오 현실화 가능성이 상당 부분 사라진 상황에서 이제부터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지수 전반으로 나타나기보다 업종에 국한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관건은 외국인 투자자의 수급이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증시 회복도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37.0원으로 장을 마감해 전 거래일의 1419.2원에 비해 17.8원 급등했다. 외국인의 증시 이탈은 환율을 불안하게 하고 이는 다시 외국인 매도를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또한, 수출 위주의 대한민국 산업은 환율이 오르면 매출이 증가하지만 원자재 구입, 해외 설비투자 비용 역시 늘어나 중장기적으로는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다. 업종에 따라 달러로 원자재를 수입해 엔화와 위안화, 유로 등 다른 통화로 수출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환율 변동성에 더욱 심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가 반등하려면 결국 외국인이 나서야 한다"며 "금융당국의 시장 안정화 조치로 지수 낙폭은 제한됐으나 외국인이 순매도 기조를 이어나간다면 시장 흔들림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