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홍콩증시 상장 저울질… 10억달러 조달 추진中 보조금으로 성장하던 기조에서 선회… 본궤도 오른 사업 본격 투자 예고실적 침체 빠진 삼성, HBM 집중하는 SK하이닉스 투자 공백 노려"올 하반기 이후 범용시장 판 뒤바뀔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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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XMT DDR4 제품 이미지 ⓒCXMT
중국 최대 D램 제조사인 창신메모리(CXMT)가 홍콩 증시 상장을 저울질하고 있다. 그동안 비공개 기업으로 중국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던 CXMT가 자본시장에서 10억 달러 규모 조달에 나서면서 본격적으로 한국 메모리업체들을 겨냥하고 나섰다는 평이 나온다.22일 반도체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CXMT는 최근 홍콩증시 상장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연내 상장을 목표로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 자본 확충에 나서는 방안이 유력시 된다.CXMT는 지난 2016년 설립돼 중국 내에서 D램 1위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기업가치는 1300억 위안(약 25조 6000억 원)으로 추산되지만 정확한 규모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CXMT는 설립한지 10년도 채 되지 않아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12%를 달성하며 단숨에 업계 4위까지 올라섰다. 생산능력(CAPA) 기준으로는 지난해 3위 마이크론을 거의 따라잡는데 성공했고 올해는 마이크론을 넘어선 업계 3위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이에 따라 시장점유율도 마이크론을 넘길 가능성이 제기된다.이번 홍콩증시 상장을 고려하기 전에도 CXMT는 꾸준히 상장설이 돌았다. 이번에도 실제 홍콩증시 입성까지 완주할 수 있을지여 여전히 물음표가 찍히는 상황이지만 중국을 비롯해 홍콩까지 주요 증시 입성을 고민하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 자체가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다.무엇보다 그동안 CXMT가 비공개 기업을 지향하며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과 지원으로 사세를 확장해왔기 때문이다. 반도체업계에선 CXMT가 사실상 설립 후 수년 간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지만 중국 정부의 끝없는 지원으로 이를 상쇄하며 생산능력이나 연구개발(R&D) 능력을 키워왔다고 본다. 심지어 메모리 시장에서 매출을 내며 존재감이 드러나기 시작한 최근 몇 년 사이에도 CXMT가 제대로 된 이익을 낸 적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그러던 CXMT가 본격적으로 자본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나서는 것을 두고 업계에선 DDR5와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첨단 고부가 D램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고 전망한다. 지난해 범용 메모리인 DDR4로 생산량을 대폭 늘리고 가격 인하를 추진하면서 D램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올라선 경험을 기반으로 이제는 첨단 제품 시장까지 도전하겠다는 선전포고로 보는 것이다.이미 CXMT의 DDR5는 시장에서 유통 중이다. 당초 중국 메모리업체들이 삼성, SK하이닉스와 기술적으로 4~5년 가량 격차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해 하반기 CXMT가 자체 개발한 DDR5 제품을 시장에 본격 내놓으면서 D램 시장에 강한 충격을 줬다. 일부 전문가들은 CXMT의 DDR5를 분해해 기술 수준을 파악해보며 사실상 삼성, SK와 다를 바 없는 수준이란 평을 내놓기도 했다.여기에 AI(인공지능) 투자가 급증하면서 메모리업계 대세가 된 HBM 개발까지 뛰어들 채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아시아 등 외신 등은 이미 지난해부터 CXMT가 중국 최초로 HBM 개발을 위한 초기 인프라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고, 미국의 강력한 반도체 장비 제재에도 불구하고 미국이나 일본 장비사들을 통해 HBM 생산에 필요한 장비를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장비기업 일부도 중국 측에서 여러차례 러브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결론적으로 CXMT가 미국의 규제 사각지대인 범용 메모리 시장을 빠르게 점령하고 이제는 AI 반도체 시장 공세에 나서면서 정부의 보조금 외에 자본력을 늘려 '반도체 쩐의 전쟁'에 본격 참전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
- ▲ CXMT LPDDR5 제품 이미지 ⓒCXMT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중국업체의 강력한 추격에 대응하기엔 열악해진 환경이라 우려가 크다.삼성은 이번에 CXMT가 범용 D램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하면서 꽤나 큰 타격을 입은 곳으로 꼽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사업에서 기대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기록한 이유 중 하나로 CXMT가 거론됐을 정도다. 실적 대부분을 채우던 범용 D램에서 저조한 성과를 HBM 같은 고부가 제품으로 메꿔야 하는 사정이지만 아직까진 HBM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뼈 아프다.이런 까닭에 삼성이 투자 여력도 과거만큼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예년보다 줄어든 실적에 뒤쳐진 HBM 등에 투자까지 병행해야 하는 실정이라 중국이 향후 몇 년 간 막대한 투자금을 동원해 기술 개발에 나서면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초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SK하이닉스도 HBM에서 승기를 잡은만큼 투자 우선순위가 HBM에 쏠려있는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업황이 좋지 않은 범용 D램과 낸드 생산을 줄이고 라인 일부를 HBM으로 전환하는 방향도 추진 중이다. 업계 2위지만 생산능력이 삼성에 비해 크지 않은 편이라 엄청난 캐파와 물량을 쏟아내는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 더 취약하다는 평에 힘이 실린다.CXMT의 공격적인 점유율 확대에 이어 자본력까지 갖추려는 현재의 시도가 올 하반기 이후 메모리 반도체 판을 바꿀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범용 쪽은 중국이 한국을 넘어서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와 위기감이 극대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