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주총… 의결권 자문사 권고 잇따라글래스루이스 현 경영진 제안안 '찬성'MBK "편향적 잣대… 공신력 의심" 반발'집중투표제'에 ISS·ESG기준원 반대 권고서스틴베스트·ESG평가원·ESG연구소 찬성
  • ▲ (왼쪽부터) 장형진 영풍 고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 (왼쪽부터) 장형진 영풍 고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 앞서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견해가 속속 공개되고 있다. 의결권 자문사들은 대부분 현재 고려아연 경영진 손을 들어주는 의견이 잇따르자 MBK·영풍 측은 ‘편향적’이라며 공개 비판하는 등 반발의 수위를 높이며 양측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고려아연 임시주총 안건에서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와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 한국ESG평가원, 한국ESG연구소 등은 현 경영진 손을 들어줬고, 또 다른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국내 의결권 자문사 한국ESG기준원은 중립 의견을 냈다.

    외국인 투자자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는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 수 상한 제한, 액면분할, 소수주주 보호 명문화,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배당기준일 변경, 분기배당 도입 등 고려아연 현 경영진이 제안한 안건에 모두 찬성을 권고했다.

    글래스루이스는 “집중투표제는 특정 지배 주주를 과도하게 우대하기보다는 더 광범위한 주주 기반을 대표하는 이사회를 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며 “효율적인 의사결정과 모든 이사의 의미 있는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이사회의 구성원 수가 20명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사 후보에 대해서도 고려아연 측 추천 후보 7인 선임은 전원 찬성하고 MBK·영풍이 제안한 14인의 후보는 모두 반대했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고려아연 측 후보 중 4명에만 표를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영풍의 거버넌스 이력과 영풍의 이해관계가 고려아연 다른 주주들의 광범위한 이해관계와 일치하는지 의문이라는 설명이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가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아연과 MBK 측의 희비가 갈렸다. 글래스루이스에 앞서 또 다른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는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에는 반대하면서도 이사 수 제한, MBK·영풍 측이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 중 4명 선임에만 찬성을 권고하며 사실상 ‘중립’ 의견을 낸 바 있다.

    MBK 측은 최윤범 회장 측 안건에 모두 찬성한 글래스루이스의 보고서에 대해 “편향적이며 논리적 모순이 있다”며 이례적으로 공개 비판하고 평가절하했다. 글래스루이스가 이사회 안건에 반대하는 경우 자체가 극히 드물며, 최 회장에 편향적인 의견으로 공신력이 의심된다고도 했다.

    MBK는 글래스루이스가 최 회장 측 인사로만 구성된 고려아연 현 이사회의 7명의 사외이사가 독립적이라고 판단한 점에서 편향적 의견이란 주장이다. 집중투표제를 주주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는 이유로 찬성하면서, 고려아연 이사회 추천 후보 4명에게만 찬성을 권고한 것도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임시주총을 일주일여 앞두고 양측의 신경전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앞서 국내 의결권 자문사 한국ESG평가원과 서스틴베스트는 고려아연 현 경영진의 경영성과를 인정하면서 최 회장 측에 힘을 실어줬다. 한국ESG연구소는 집중투표제 도입엔 찬성하면서 이사 선임에서는 경영진이 추천한 후보 4명, MBK 측이 추천한 후보 3명에 찬성을 권고했다.

    한국ESG연구소는 “집중투표제 도입은 결과적으로 일반주주 권익 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고려아연 경영 안정성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되, 이를 예리하게 감독하고 견제할 수 있는 영풍·MBK 측 이사후보들을 일부 선임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서스틴베스트, 한국ESG연구소와 함께 국내 3대 의결권 자문사로 꼽히는 한국ESG기준원은 사실상 중립 의견을 냈다. 고려아연 지분 4% 가량을 보유해 캐스팅보터로 지목되는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위원회(수책위)는 한국ESG연구소와 한국ESG기준원과 계약, 이들 권고를 반영해 의결권을 행사한다.

    한국ESG기준원은 집중투표제 도입에는 반대하면서 MBK 측이 제안한 총 14명의 신규 이사 후보 중 7명에 대해서만 찬성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가운데 집중투표제 도입에 반대한 곳은 한국ESG기준원과 ISS 두 곳이며 글래스루이스, 서스틴베스트, 한국ESG평가원, 한국ESG연구소 등은 찬성을 권고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는 물론 국내 주요 자문사까지 현 경영 체제 유지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며 “영풍과 MBK 측 역시 이런 권고에 공감하고,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이사회에서 합리적인 의견을 내는 구성원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