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신세계 AA급 수요예측 흥행 잇따라SK인천석유화학·두산 비우량채들도 흥행시장 분위기 우호적…회사채 시장 훈풍 확산 전망
  • 회사채 시장에 연초효과가 퍼지고 있다. 지난 연말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탄핵정국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 확대에도 기업들이 우량채, 비우량채 너나 할 것 없이 대거 채권 발행에 나선 모습이다.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가운데 안전자산을 찾는 수요가 맞물리면서 시장에 온기가 확산하고 있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현대제철(AA)은 총 3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1조24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3년물 1500억원 모집에 9400억원, 5년물 1000억원 모집에 1950억원, 7년물 500억원 모집에 1050억원의 주문이 접수됐다. 현대제철은 희망 금리 밴드로 개별 민평에서 ±30bp를 가산한 수준을 제시했는데, 3년물 -15bp, 5년물 -7bp, 7년물 -7bp에서 모집 물량을 채웠다. 

    AA급인 신세계(AA)와 예스코홀딩스(AA-)도 같은 날 수요예측에서 나란히 흥행했다.

    2000억원 모집에 나선 신세계는 2년물 500억원에 3700억원, 3년물 1500억원에 1조4150억원 등 총 1조7850원의 주문을 받았다. 개별 민평 평가금리 대비 -30bp~+30bp를 가산한 이자율을 제시해 2년물 -11bp, 3년물 -10bp에 주문을 받았다.

    예스코홀딩스는 총 800억원 모집에 725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2년물 300억원에 2750억원, 3년물 500억원에 4500억원이 몰렸다. 개별 민평 평가금리 대비 -30bp~+30bp를 가산한 이자율을 제시해 2년물 -15bp, 3년물 -27bp에서 모집 물량을 채웠다.

    AA급 증권사들도 우량한 신용등급을 토대로 더 낮은 금리에서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지난 9일 미래에셋증권(AA)이 15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실시한 회사채 수요예측에 2조1600억원의 자금을 모집했다. 2년물 700억원 모집에 7900억원, 3년물 800억원 모집에 1조3700억원이 몰렸다.

    지난 10일 삼성증권(AA+)도 30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3년물 2000억원 모집에 1조4000억원, 5년물 1000억원 모집에 99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모든 만기 구간에서 민평금리 대비 21bp 낮은 금리에서 모집 물량을 채웠다.

    A급 이하 비우량채들도 회사채 공모발행에 적극 나서면서 목표액을 채워가고 있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 장기화로 석유화학 신용도 하락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지난 14일 15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선 SK인천석유화학(A+)은 2년물 700억원 모집에 1600억원, 3년물 800억원 모집에 19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개별 민평 평가금리 대비 -30bp~+30bp를 가산한 이자율을 제시해 SK인천석유화학은 2년물 -1bp, 3년물 -1bp에서 모집 물량을 채웠다. 

    같은 날 두산(BBB)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의 8배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했다. 총 400억원 모집에 324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2년물 200억원 모집에 330억원, 3년물 200억원 모집에 291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개별 민평 평가금리 대비 -30bp~+30bp 금리를 제시해 2년물 6bp, 3년물 -46bp에서 모집 물량을 채웠다. 

    연초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쏠리는 건 새해에 기관이 상대적으로 넉넉히 자금을 푸는 '연초효과'를 노려서다. 기관 수요가 많으면 발행 금리도 낮아진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기업들의 자금 조달 행보를 빨라지게 하고 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작년에는 1월 말에 연초효과가 본격화된 이후 5월말까지 크레딧 스프레드 축소가 이어졌다"면서 "올해는 작년 대비 빠른 연초효과로 연초 스프레드 축소가 2월말까지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이달이나 내달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금리 인하 전 채권을 매수하려는 투자 수요도 맞물렸다.

    지난 연말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로 회사채 투자 심리가 얼어붙을 것이란 우려가 나왔지만 시장 분위기가 우호적으로 바뀐 것을 계기로 회사채 발행도 봇물처럼 쏟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달 수요예측을 앞둔 곳은 HL D&I 한라, 코웨이, 롯데렌탈, SK가스, LG화학, 한국항공우주, 나래에너지서비스, 한솔케미칼, HD현대케미칼, SK케미칼, 한화에너지, 대한항공, 한화토탈에너지스, 롯데웰푸드, 미래에셋자산운용, SK지오센트릭 등이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초부터 연내 만기 크레디트물을 중심으로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연초 효과의 온기는 이번에도 전방위적으로 전이될 가능성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