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신차 출시 타이밍 안맞아 올해 슈퍼볼 광고 참여 않기로NFL 공식 스폰서인 토요타도 불참… 폭스바겐, BMW, GM, 닛산, 아우디 등도 모두 불참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 슈퍼볼 광고에도 영향제 59회 슈퍼볼, 2월 9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시저스 슈퍼돔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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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대 광고판으로 불리는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Super Bowl) 경기에서 현대자동차(Hyundai)에 이어 기아(Kia) 광고도 볼 수 없게 됐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슈퍼볼 광고에 참여하며 '슈퍼볼 단골' 브랜드로 꼽혔던 기아가 올해는 불참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기아를 비롯해 전기차 광고에 열을 올렸던 완성차 업체들이 대거 슈퍼볼 광고에서 이탈하면서 올해는 지프(Jeep)가 유일한 완성차 브랜드로 슈퍼볼 광고 전쟁에 뛰어든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러셀 웨거(Russell Wager) 기아 북미 마케팅 부문 부사장은 "이번 분기에는 슈퍼볼 경기에 초점을 맞출만한 신차가 출시되지 않는다"며 슈퍼볼 광고 불참 의사를 밝혔다. 기아는 올해 슈퍼볼 광고에서 빠지는 대신, 슈퍼볼 광고에 관한 여론조사를 진행하는 USA 투데이 애드 미터(USA Today Ad Meter)에 대한 스폰서십에 집중할 계획이다. 

    기아는 지난 2010년 브랜드 최초의 슈퍼볼 광고인 '조이라이드 드림(Joyride Dream)' 캠페인을 선보인 이후 11년 연속 슈퍼볼에 참여했다. 2021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영향으로 잠시 중단했지만,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슈퍼볼에 참여하며 변치않는 애정을 과시해왔다.

    지난해에는 SUV 전기차 EV9 크로스오버를 홍보하기 위해 슈퍼볼에서 '퍼펙트 10(Perfect 10)' 캠페인을 선보였다. 현대차 계열 광고대행사 이노션의 미국 크리에이티브 전문 대행사인 D&G(David&Goliath)가 대행한 해당 캠페인은 피겨 스케이팅 선수를 꿈꾸는 10대 소녀가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를 위해 EV9의 전원공급 기능(V2L)을 활용해 야외에서 특별한 스케이팅 공연을 펼치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 기아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가의 2024년 기아의 매출 추정치는 106조8732억원으로 전년 대비 7.08% 늘어났다. 기아가 연간 매출액 100조원을 넘는 건 창사 이래 처음이다. 영업이익 추정치도 같은 기간 10.11% 증가한 12조7819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영업이익률도 약 12%에 육박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아가 올해 슈퍼볼 광고를 건너 뛰기로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아의 형제 회사인 현대차도 2010년부터 슈퍼볼 광고를 거의 매년 집행해오다 2021년부터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가 막대한 비용이 드는 슈퍼볼 광고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 시장에서의 광고 전략과 광고 플랫폼을 다변화 한 것처럼 기아도 같은 광고 전략을 펼치게 될 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30초당 약 700만 달러(한화 약 100억6950만원)에 달하는 슈퍼볼 광고에서 기아가 빠지게 되면서 이노션 산하 D&G의 올해 매출도 큰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기아와 함께 지난해 슈퍼볼 광고에 참여했던 토요타(Toyota)와 폭스바겐(Volkswagen), BMW도 올해는 모두 빠지기로 했다. 특히 토요타는 NFL의 공식 스폰서임에도 불구하고 슈퍼볼 불참 의사를 전했다.

    토요타 측은 "매년 신차 출시나 브랜드 캠페인을 지원하기 위해 슈퍼볼 광고 기회를 평가하고 있다"며 "그러나 올해는 우리 브랜드와 슈퍼볼 경기의 시기가 맞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인 닛산(Nissan)과 제네럴 모터스(General Motors), 아우디(Audi), 혼다(Honda), 포드(Ford), 메르세데스(Mercedes), 렉서스(Lexus)도 슈퍼볼 광고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올해는 스텔란티스(Stellantis) 산하 브랜드인 지프만 자동차 브랜드 중 유일하게 참여한다.

    지난 2018년 슈퍼볼 광고에 11개 자동차 브랜드가 대거 참여했던 것과 비교하면, 7년 만에 10개 브랜드가 슈퍼볼에서 발을 뺀 셈이다.

    자동차 브랜드들의 슈퍼볼 광고 이탈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둔화되고 있는 전기차 시장 성장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22년 슈퍼볼 게임 당시만 해도 여러 자동차 브랜드들이 전기차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으며 자사 전기차를 알리기 위해 슈퍼볼 광고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높은 전기차 가격과 부족한 충전 인프라, 배터리 안전성 문제 등으로 인한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전기차 시장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수백억원의 광고비가 드는 슈퍼볼 광고를 집행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전기차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그린 뉴딜(친환경 산업정책)'을 종식하고 전기차 의무화를 철회한다"고 밝히면서 전기차 시장 성장세는 더욱 둔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기차 인프라도 충분치 않은 마당에 정부 보조금까지 줄어들 경우 전기차 수요는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기차에 매진해 온 자동차 업체들의 광고 전략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가 슈퍼볼 광고에서 모두 빠진 상황에서, 지프가 어떤 브랜드 메시지를 전할지가 올해의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한편 제 59회 슈퍼볼은 오는 2월 9일 오후 6시 30분(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시저스 슈퍼돔에서 열린다. 하프타임쇼에는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가 헤드라이너로 선다. 올해 슈퍼볼 중계권을 가진 FOX 측에 따르면 슈퍼볼 광고 단가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30초 당 700만 달러로 광고 물량은 모두 판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