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7일부터 가게 통합 개편 적용… 가게배달·배민배달 페이지 통합업주들 "가게배달 실질적 폐지나 다름없어, 울트라콜 폐지도 당혹"배민 "주문 절차 간소화 위한 방안, 업주 고정비 지출 해소될 것"
  • ▲ '앱 가게 중복노출 개편' 이후 페이지 예시ⓒ배민 외식업 광장
    ▲ '앱 가게 중복노출 개편' 이후 페이지 예시ⓒ배민 외식업 광장
    배달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의 시스템 개편을 앞두고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편에 따라 수수료 부담이 심화돼, 가게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한편 다른 일부는 출혈경쟁의 어려움이 해소돼 가게 운영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민은 오는 3월부터 수 달에 걸쳐 두 종류의 시스템 개편을 진행한다. 

    먼저 3월7일부로 세종시를 시작으로 '앱 가게 중복노출 개편'에 돌입한다. 

    현재 배민에서는 이름과 주소가 같은 가게여도 '배민배달', '가게배달' 등 업주가 이용하는 배달 방식 상품에 따라 별개 노출이 이뤄지고 있다. 배민배달은 배민 라이더가 배달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가게배달은 업주가 배달대행사와 자율적으로 계약해 배달하는 형태다. 

    앱 개편 이후에는 이름과 주소가 같은 가게는 하나의 가게로 통합된다. 한 화면에서 배민배달, 가게배달, 포장·방문 등을 선택해 주문하도록 변경되는 것. 

    배민은 "업주 입장에서도 가게 및 메뉴 정보 설정, 리뷰 대응, 정산 등 모든 관리 행위를 번거롭게 별도로 중복 수행할 필요가 없어져 배달 운영이 한층 더 수월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일부 자영업자들은 한 페이지 내 배민배달과 가게배달이 동시 노출되면,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어 가게배달 수요가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 중이다. 

    실제 배민이 공지한 예시 페이지를 보면, 가게배달의 경우 배민이 운영 중인 알뜰배달(여러 집을 동시에 배달하는 방식)에 비해 배달 시간도 오래 걸리고 가격도 비싸다.

    일부 업주들은 배민배달 페이지보다 최소주문금액을 낮추는 방식으로 가게배달 선택을 유도해왔는데, 페이지가 통합되면 최소주문금액 차별화도 불가능해진다. 
  • ▲ 배민은 4월부터 순차적으로 울트라콜 광고를 종료한다.ⓒ배민 외식업광장
    ▲ 배민은 4월부터 순차적으로 울트라콜 광고를 종료한다.ⓒ배민 외식업광장
    배민은 4월1일부터 광고 방식도 변경한다. 지역별 순차적으로 '울트라콜' 방식을 폐지하는 것. 

    울트라콜은 정해진 고정 비용을 내면 업주가 원하는 지역에 유료 ‘깃발’을 꽂고 해당 지역 고객에게 상호와 배달 예상 시간 등을 노출하는 광고 방식이다. 깃발 하나당 8만8000원을 지불, 원하는 지역에 깃발을 여러 개 꽂아 광고할 수 있었다. 

    울트라콜은 국정감사 등에 수차례 도마에 오르며 지적을 받아왔다. 자영업자간 출혈 경쟁을 유도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배민은 2023년 이후 여러 개선안을 검토해왔다. 피터얀 반데피트 전 대표는 지난해 국감에 출석해 "울트라콜 관련 개선안을 검토 후 조치하고 보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온라인 외식업주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 게시글에서 한 업주는 “돈을 잘 버는 상위 랭킹 가게들은 10개, 15개, 30개로 점점 깃발 수를 늘리는데 우리처럼 허덕이는 가게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갯수를 겨우 어느 정도는 맞춰야 그나마 주문이 들어온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한 업주는 "우리 동네는 프랜차이즈끼리 경쟁이 너무 심해서 배민 깃발을 200m 간격으로 7개, 3개, 2개 이런 식으로 꽂는 편법도 많다”며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깃발을 더 꽂을 수밖에 없다"고 출혈경쟁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만 일부 자영업자들은 울트라콜을 유일한 광고 수단으로 삼아왔기에, 울트라콜이 없어지면 수수료가 높은 오픈리스트를 강제로 이용하게 돼, 지출이 대폭 커진다며 불만을 제기 중이다. 

    오픈리스트는 광고 카테고리 목록 상단에 가게를 노출하는 방식이다. 음식 가격의 6.8%를 정률 광고비로 지불해야한다. 

    원주에서 치킨집을 운영 중인 자영업자 김모 씨는 "배민의 의견에 일부 공감하나, 울트라콜 깃발 1~2개만으로도 충분히 운영이 가능한 가게에서는 월 8만~16만원을 지출하는 데 그쳤지만 정률 수수료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월 1000만원 매출을 올리는 가게 기준으로 월 68만원의 수수료가 발생하는 꼴이라 경제적 부담이 심화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대부분 업주들이 울트라콜과 다른 상품을 함께 쓰고 있어 서비스 종료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깃발꽂기 경쟁으로 지출 광고비에 비해 효과가 떨어지는 업주들은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울트라콜 의존도가 큰 업주는 4년 전 대비 약 3분의1 이하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쿠팡이츠의 배달앱 진출 이후 배달앱이 주문중개부터 배달까지 책임지는 ‘자체배달’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가게배달’ 울트라콜의 광고 효과가 점점 떨어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배달앱 시장에서도 정액제 상품은 배민의 '울트라콜'이 유일하다. 쿠팡이츠는 처음부터 100% 자체배달 모델로 시작하면서 정률제 단일 상품을 적용했다. 요기요는 지난 2023년 4월  “음식점들의 정액제 수요가 너무 낮아 운영 중단·폐지를 정했다”며 정액제 상품을 폐지했다.

    배민 관계자는 “상품 경쟁력이 떨어지는 울트라콜에 대해 10년 간 가격을 동결하면서 사실상 요금을 인하해 왔지만 이로 인한 서비스 경쟁력 저하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배민 앱 UI·UX를 대폭으로 개편하고 가게 정보와 주문 경로를 단순하게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울트라콜 서비스를 지역별로 순차 종료하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