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불안 계속… 당국 협의도 '제자리걸음'부동산 PF 등 현안 산적… 차기 회장 부담 가중"정국 안정돼야 절차 돌입… 현 회장 연임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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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축은행중앙회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의 임기가 보름도 채 남지 않았지만 차기 회장 선출 일정은 감감무소식이다.

    업계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여파로 어려운 시기를 겪는 데다, 회장 선거가 탄핵 정국과 맞물리면서 눈치보기가 계속되는 모습이다.

    ◇정국 불안 여파로 차기 회장 하마평 '전무'

    4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오 회장의 임기는 오는 16일이지만 임기 만료 후에도 오 회장 체제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절차가 사실상 진행되지 않는 탓이다.

    중앙회는 통상 회장 선거 일정을 진행할 때 금융감독원과 협의를 거쳐왔다.

    이사회를 소집한 뒤 회장후보추천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의결하는데, 당국과의 협의는 주로 이 단계에서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중앙회는 회장 선출 일정을 정하고 금융당국과 일정을 조율한 뒤 선거일을 결정한다. 후보 모집은 선거일 기준 14일 전에 공고, 후보 등록은 선거일 일주일 전에 마감한다.

    하지만 올해 중앙회는 금융당국과의 일정 협의조차 하지 못하며 회추위와 선관위 구성도 못하는 현실에 놓였다. 탄핵 정국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차기 회장 선출에 대한 논의가 사실상 '올스톱' 된 탓이다.

    그간 중앙회장은 제20대인 현 오 회장과 제17대 이순우 전 회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당국과의 소통이 원활한 관 출신이 역임했다.

    종전대로 진행됐다면 지난해 연말 즈음부터 관 출신 후보군들이 물망에 올랐어야 하지만, 탄핵 국면에 따라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조차 전무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국불안이 이어지면서 당국과의 협의가 원활하지 못한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면이 안정되고 정치 방향성이 나와야 절차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물리적 시간상 새로운 회장이 선임되기 전까지 오 회장 체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부동산 PF 등 현안 산적… 연임론 '솔솔'

    차기 회장 후보군이 선뜻 보이지 않는 배경에는 업계에 직격탄이 된 부동산 PF 문제 등도 거론된다.

    특히 PF 사업장 경·공매 정리와 당국의 저축은행업계 적기시정조치 압박, 업계의 숙원인 M&A(인수합병) 관련 규제 및 예금보험료율 완화 등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한 탓에 차기 회장직의 부담이 가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 따라 업계에서는 새 인물이 등장하지 않으면 오 회장이 연임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다만 역대 중앙회장 가운데 연임한 것은 2·3대 최병일 전 회장과 5·6대 명동근 회장 등 2명이다.

    2022년 3월 취임한 오 회장은 역대 저축은행중앙회장 가운데 보기 드문 민간 출신이다. 2012년부터 6년간 아주저축은행(현 우리금융저축은행) 대표를 지냈고 2017년에는 아주캐피탈 대표, 2018년에는 하나저축은행 대표를 역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오랫동안 단임 관행이 이어졌지만 중앙회장직은 규정상 연임 제한이 없다"면서 "차기 인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오 회장이 연임할 수도 있다는 말이 들려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