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이자 이익, 약 42조원은행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 최악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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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이 지난해 많게는 5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면서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기록한 가운데 현금 서비스와 카드론 등 은행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이 카드 사태 이후 최악 수준으로 치닫는 등 극명한 대비를 보였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이자마진이 줄었지만, 가계·기업 대출이 늘면서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이자 이익은 약 42조원까지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5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면서 '5조클럽'에 입성한 동시에 금융지주 1위 자리를 지켜냈다.
KB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은 5조782억원이다. 전년(4조5948억원)보다 10.5% 늘었으며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2위인 신한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3.4% 증가한 4조5175억원이다. 역대 최대였던 지난 2022년(4조6423억원)에는 못 미쳤지만 당시 신한투자증권 사옥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세후 3220억원)이 포함됐고, 지난해 1000억원이 넘는 증권 파생상품 거래 손실이 반영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새 기록이다.
하나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이익은 3조7388억원으로, 전년(3조4217억원)보다 9.3% 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우리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2조563억원)보다 23.1% 증가한 3조860억원으로, 2022년(3조1471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순이익을 냈다.
4대 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을 모두 합하면 16조4205억원으로 전년(14조8908억원)보다 10.3% 불어나며 실적에 크게 개선됐다.
시장금리는 하락했지만 이자 이익이 늘면서 금융지주의 실적을 뒷받침했다. 지난해 이자 이익은 41조8760억원으로 전년(40조6212억원)보다 3.1% 증가했다.
금융지주별로 보면 KB금융(12조8267억원)이 5.3%, 신한금융(11조4023억원)은 5.4%, 우리금융(8조8860억원)이 1.6% 늘었으며, 하나금융(8조7610억원)만 1.3% 줄었다.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시장금리는 내렸다. 보통 금리 하락기에는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빨리 내리면서 예대차익(대출금리-예금금리)이 줄어 은행 수익성이 나빠진다.
KB금융(2.08%→1.98%), 신한금융(1.97%→1.86%), 하나금융(1.76%→1.69%), 우리금융(1.72%→1.66%) 모두 지난해 말 순이자마진(NIM)이 1년 전보다 하락했다.
그럼에도 이자 이익이 늘어난 것은 대출 자산이 불어난 덕분이다.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뛰면서 매매가 늘자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은행권 가계대출이 급증했고, 기업 대출 수요도 꾸준했다.
KB국민은행의 원화 대출은 2023년 말 342조원에서 지난해 말 364조원으로 6.4% 증가했다. 신한은행(320조2233억원), 하나은행(302조1890억원), 우리은행(302조1000억원)도 원화대출금이 1년 새 10.3%, 4.0%, 6.3%씩 늘었다.
지난해 말 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까지 급등하면서 재무 건전성 우려가 확대됐지만, 4대 금융 모두 자본 비율을 양호한 수준에서 관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보통주 자본(분자)을 위험가중자산(분모)으로 나눈 값으로, 각 사의 손실 흡수능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금융지주들은 대부분 CET1이 13%를 초과할 때 주주환원 확대에 나선다.
KB금융(13.51%), 신한금융(13.03%), 하나금융(13.13%) 모두 지난해 말 CET1이 13%를 넘어섰다. 우리금융은 12.08%로, 4대 금융 중 가장 낮았지만 유일하게 전 분기(11.95%)보다는 개선됐다.
금융지주들은 지난해 4분기 환율 상승으로 위험가중자산이 늘었지만,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 등을 통해 자본 비율을 관리했다고 밝혔다.
이성욱 우리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컨퍼런스 콜에서 "지난해 4분기 원·달러 환율이 150원 급등하면서 CET1이 약 40bp(1bp=0.01%포인트) 하락하는 영향이 있었다"며 "견조한 이익 증가와 자산 리밸런싱에 기반해 적극적으로 위험가중자산을 관리했다"고 밝혔다. 이어 "4분기 환율 상승 영향을 제외하면 CET1은 12% 중반 수준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지주들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책도 잇따라 발표했다. KB금융은 5200억원, 신한금융은 5000억원, 하나금융은 4000억원, 우리금융은 1500억원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예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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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그룹들이 이자 이익으로 함박 웃음을 짓는 사이, 현금 서비스와 카드론 등 은행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은 최악 수준으로 치달있다. 신용 점수가 낮은 취약 차주들이 1금융권은 물론 2금융권에서도 대출받기 어려워지자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은 단기 카드 대출을 이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은 지난해 10월 말에 이어 11월 말에도 3.4%로 집계됐다. 일반은행은 금융지주 아래서 카드 사업을 분사한 시중은행을 제외하고 카드업을 겸하는 나머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들의 카드 연체율이 두 달 연속 3.4%를 웃돈 것은 카드 사태 막바지인 2005년 7월 말(3.6%)과 8월 말(3.8%)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연체율은 2014년 11월 말 3.4%로 치솟은 적 있지만 다음 달에는 2.6%로 크게 낮아졌다. 지난해 2월, 5월, 8월 말에도 3.4%를 기록했으나 다음 달에는 각각 3.1%로 줄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에 공을 들이는데도 연체율이 내려가지 않고 두 달째 유지된 것은 그만큼 연체 증가세가 강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루 이상 원금 연체를 기준으로 한 일반 은행의 카드 연체율은 2023년 12월 말 2.8%에서 2024년 1월 말 3.0%로 올라선 뒤 계속 3%대에 머물러왔다.
4대 금융지주 계열 카드회사들(KB국민·신한·하나·우리카드)의 연체율은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예년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이들의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평균 1.53%로 집계됐다. 하나카드가 1.87%로 가장 높았고, 신한카드(1.51%), 우리카드(1.44%), KB국민카드(1.31%) 등의 순이었다.
이들의 연말 기준 연체율은 2020년 말 1.03%에서 2021년 말 0.80%로 떨어졌으나 이후 2022년 말 1.04%, 2023년 말 1.34%, 지난해 말 1.53% 등으로 3년 연속 상승하고 있다.
이에 1·2금융권 대출에 실패하고 카드론 등으로 소액 급전이라도 쓰려던 차주들이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낸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1금융권은 근래 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고 신용점수가 높은 차주들 위주로 신용대출을 내주는 경향을 보였다. 고금리 장기화로 자산 건전성이 크게 악화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2금융권도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신규 대출 영업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지속됐다.
저축은행 여신 잔액은 2023년 11월 말 106조2555억에서 지난해 11월 말 97조1075억원으로 1년 사이 8.6% 줄었다. 이미 대출을 최대한 당겨쓴 다중 채무자들이 카드 대출을 받았다가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지난해 12월 말 은행 신용카드 연체율은 분기 말 부실채권 매·상각 등의 영향으로 전월 대비 소폭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다시 상승할 여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체율이 3% 중후반대로 올라서면 종전 최고치인 2005년 8월의 3.8%를 경신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