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 국채 발행 동결 결정에 10년물 금리 하락 서학개미 비중 높은 TMF 수익률 회복시장 안도에도 안심 일러…"국채 발행 증가 가능성 여전"
  • 트럼프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반영하며 5%에 근접했던 미국 10년물 금리가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발행 동결 결정으로 4.4%대까지 하락했다. 그간 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미 장기채 투자에 나섰다가 속앓이했던 채권 개미들도 한숨 돌린 모습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장 대비 8.5bp(1bp=0.01%포인트) 급락하며 4.428%에 거래됐다. 장 중 수익률은 4.421%까지 내려갔다. 이는 지난 12월17일 이후 최저치다.

    30년물 수익률도 10bp 가까이 하락하며 4.6497%를 나타냈고, 정책 금리에 가장 민감한 2년물 수익률 역시 2.5bp 떨어지며 4.189%에 거래됐다.

    지난 주말 미국 미시간대가 발표한 2월의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이 이례적으로 급등한 영향으로 10년물 금리는 다시 상승했지만 여전히 4.4%대 흐름이다.

    10년물 금리가 4.5%대 밑으로 내려온 건 미 재무부가 4월까지 국채 발행 규모를 현재 수준으로 동결하는 등 시중금리 안정화에 나선 영향이다.

    지난 5일 미 재무부는 국채 발행 계획(QRA)을 통해 오는 4월까지 석 달 동안의 이표채(쿠폰채)와 변동금리채(FRN) 입찰 규모를 종전 석 달과 모두 동일하게 유지하고, 발행 규모가 "최소한 다음 몇 분기 동안에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포워드 가이던스도 다시 제시했다.

    월가는 '최소한 몇분기'를 통상 4분기를 뜻하는 표현으로 보고 있다. 장기물 발행 물량이 적어도 2025년 말까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번 조치는 스콧 베센트 신임 재무장관의 저금리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센트 장관이 그동안 단기국채 발행에 의존하는 재닛 옐런 전 장관의 정책을 비판해왔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1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국채금리를 끌어내렸다. 지난달 미국의 서비스업 PMI는 52.8을 기록해 예측치인 54.2를 하회했다. 서비스업 PMI가 시장 전망을 밑돌면 경기 상승세 둔화 우려가 커져 미 장기채 수요가 증가한다.

    최근 장기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그간 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미 장기채 투자에 나섰다가 속앓이했던 채권 개미들도 모처럼 웃었다. 

    미국 장기채 수익률을 세 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만기 20년 이상 미국채 3배 레버리지'(티커 TMF)는 최근 한 달 동안 11.37% 급등했다.

    앞서 지난달만 해도 미 국채 관련 ETF는 줄줄이 연저점까지 추락했다. 한국인 보유 비중이 19%에 달하는 TMF는 지난달 14일 36.98달러까지 내려앉으면서 연저점을 기록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할 강력한 관세 정책이 유발할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장기채 금리가 급등한 탓이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1분기 말까지 10년물 금리는 4.5% 위에서 비중 확대를 권고한다"며 "4.5%를 하회하기 위해선 경제성장 우려가 확대되거나 미 국채 수요처를 확대할 수 있는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QRA의 문구에 바짝 긴장했던 월가가 일단 안도하며 채권값이 급등(국채금리 급락)했지만 안심하긴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정 부문의 정부 지출을 대폭 삭감하지 않는 한 국채 발행을 늘리지 않고 세금 인하를 포함한 주요 공약을 이행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장단기 국채 발행이 늘어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와 JP모간, 도이체방크 등 투자은행(IB)들은 11월 이후 국채 발행 규모가 늘어나는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가 공무원 감원 발표에 이어 미국 건강보험시스템을 조사에 착수 등 국가 예산을 2조달러 감축한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머스크의 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미국의 재정 적자가 축소되면 국채 수익률 상승 압박이 둔화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예산 삭감 칼자루는 정부효율부가 아닌 의회가 쥐고 있어 상당한 난제라는 평가다. 

    BAC 리서치는 보고서를 내고 "트럼프 행정부가 이끄는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과 침체 리스크를 성공적으로 피해 순항하려면 채권시장을 만족시킬 정도로 예산을 대폭 삭감해야 하는데 예산을 지나치게 큰 폭으로 줄이면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