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플랫폼 액트, 롯데쇼핑과 이마트에 주주행동 본격화익명 개인 주주, 농심에 주주 서한…"낮은 수익성 원인 내부거래""유통주, 주가 저평가 심화에도 주주환원 노력 미진" 지적
-
- ▲ ⓒ연합뉴스
유통주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 주주 행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저평가 국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유통기업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주주제안에 나선 모습이다.11일 업계에 따르면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ACT)는 3월 이마트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제안을 위해 소액주주 지분을 모집하고 있다.아직 주총 소집 공시는 나오지 않았으나 3월 중 개최가 예상되는 이미 지난달부터 사전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액트는 ▲자사주 소각(약 656억원 규모) ▲밸류업 프로그램 수립 후 공개 ▲집중투표제 도입 ▲주총에서의 임원 보수 정책 보고 및 승인 ▲권고적 주주제안 허용 등 내용을 담은 2차 주주제안을 전달할 계획이다.앞서 액트는 지난 1차 서한에서 회사의 밸류업 정책이 미진하다며 재무구조 개선과 책임경영 실시 등을 요구한 바 있다.이마트 소액주주연대가 주주제안에 나선 배경엔 재무구조 악화가 자리한다. 이익률이 감소한 가운데 신사업 투자와 계열사 지원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면서 부채비율은 최근 두 배 불어났고, 후행지표인 신용등급 역시 하향 조정됐다.이러한 재무적 부담 속에 이마트는 국내 유통업계 대표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으로 전락했다. 이마트의 PBR은 0.17배 수준이다. 1배를 밑돌면 자산 가치보다 시가총액이 더 낮다는 의미로 낮으면 낮을수록 저평가된 것으로 본다.이마트 주가는 2018년 3월 30만원대였던 주가는 지난해 6월 5만원대 중반까지 빠졌다. 올해 들어서도 여전히 6만원 안팎을 맴돌고 있는 상황이다.이마트처럼 주가가 부진한 유통주인 롯데쇼핑도 주주 행동주의 타깃이 되고 있다.롯데쇼핑 소액주주연대는 오는 4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난달 1차 주주제안에 이어 이날 2차 주주 서한을 발송한다.이날 발송할 예정인 2차 제안서에는 ▲자기주식 200만주 매입 ▲이번에 매입하는 200만주와 기존 보유 중인 1만8115주를 연말에 처분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보수심의제 신설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 등이 담긴다.롯데쇼핑의 PBR은 0.17배. 경쟁사이자 저PBR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이마트와 동일한 수준이다. 롯데쇼핑의 주가는 2018년 26만원을 넘어선 뒤 우하향했다. 이날 종가는 5만5900원으로, 고점 대비 약 80% 하락한 수준이다.액트는 "PBR이 전체 상장사 중 최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롯데쇼핑의 주가가 부진한 이유는 과도한 부채 사용에 따른 이자 비용 부담과 지배구조의 불투명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언록킹 밸류(Unlocking Value)라는 명칭을 쓰는 한 익명의 주주는 지난달 말 농심의 낮은 수익성과 주가수익률을 지적하는 내용의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개인투자자가 공개 주주서한을 발표한 건 국내에선 처음이다.언록킹 밸류는 높은 내부거래 비중의 현황 분석, 사업별 수익성 공시 및 성과평가, 영업이익률 목표 설정 및 경영진 보수 연동을 요구했다.그는 농심의 2014~2023년 평균 영업이익률이 4% 수준에 불과하고, 지난해 말 기준 3년간 주가수익률(17.4%)이 경쟁사인 삼양식품(707%)과 일본의 닛신식품(36.7%), 도요수산(132.4%) 등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최근 유통주를 중심으로 행동주의가 확산 중인 건 오랜 시간 주가가 부진하지만 주주환원 노력은 상대적으로 미진해서다. 11일 기준 코스피 유통지수의 PBR은 0.56배로, 코스피 PBR 0.88배를 하회하고 있다.
국내에서 행동주의 캠페인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행동주의 캠페인 대상이 된 국내 기업은 2019년 8개에서 2023년 77개로 약 10배 증가해 글로벌 행동주의 캠페인 평균 증가율(4%)을 크게 넘어섰다.
올해는 상법 개정 추진과 맞물려 행동주의 타깃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주기업경영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2025년 정기주총 프리뷰'를 통해 "2019년 이후 행동주의펀드의 활동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올해도 배당 및 배당절차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 소액주주 연대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와 주주제안, 경영권 분쟁 기업들의 주주 간 지분경쟁 과 이사선임 안건 등이 이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기업이 주주제안자들의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사례들을 고려할 때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행동주의펀드 등의 활동은 2025년에도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