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에 美 1월 계란값 폭등이상기후로 커피 48년 만에 최고치 … 오렌지 가격도 급등식량 보급률 낮아 수입 의존도 높아 … 물가 상승 가능성 ↑
  • ▲ 미국 시애틀의 한 소매점 계란코너. 출처=AP ⓒ연합뉴스
    ▲ 미국 시애틀의 한 소매점 계란코너. 출처=AP ⓒ연합뉴스
    세계적으로 계란, 커피, 오렌지 등 주요 식품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이에 따른 물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 중후반까지 하락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S) 우려가 한층 커지고 있다.

    16일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계란 가격은 지난해 12월 이후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으로 공급이 줄면서 계란값은 2023년 1월 기록한 4.82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미국의 계란값 폭등은 조류 인플루엔자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미국 농무부는 지난해 12월 한 달간 1320만마리의 산란계를 살처분했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은 지속세다.

    커피와 오렌지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지난 11일 뉴욕 선물시장에서 아라비카 커피 선물 가격은 장중 파운드당 4.2455달러까지 치솟으며 4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커피 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은 이상기후다. 세계 아라비카 원두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브라질이 70년 만의 극심한 가뭄을 겪으며 생산량이 급감했다. 오렌지 주스 가격도 감귤병과 기후 변화 영향으로 2020년 이후 두 배 이상 뛰었다.

    식량 자급률이 낮은 한국은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아 가격이 더욱 오를 가능성이 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로 수입된 식품은 총 1838만톤, 348억달러 규모에 달했다.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2022년 기준 49.3%로 OECD 최하위권이다. 곡물자급률은 이보다 더 낮아 최근 3년(2021~2023년) 평균 19.5%를 기록했다. 10년 전보다 10%포인트(P) 이상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률 확대 추세가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말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생산 원가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60∼70%인 식품산업과 30∼40%를 차지하는 외식산업에서 물가 인상의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이어 "고환율로 인한 수입 재료 가격 상승은 생산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가공식품과 외식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미 한국 경제는 무역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환율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동맹국에도 예외 없이 관세를 부과하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그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매기는 등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다. 한국 역시 미국발 관세 전쟁의 영향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출 부진과 고물가가 겹치면서 주요 경제 기관들은 한국 경제가 위기에 직면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성장률 전망치를 1.6%로 낮추며 이는 OECD(2.1%), IMF(2.0%), 정부(1.8%) 등 주요 기관의 전망치보다 낮은 수준이다. IMF는 최근 발표한 2024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크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2020=100)는 115.71로,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다. 지난해 8월(2.0%) 이후 9월(1.6%), 10월(1.3%), 11월(1.5%), 12월(1.9%) 등 1%대 상승률을 유지하다가 올해 들어 다시 2%를 넘어선 것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경기가 안 좋다보니 환율을 잡으면 물가상승 요인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된다"면서도 "국제 정세에 더해 향후 정부에서 추경까지 한다면 물가 불안요인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