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폐公 공급 끊기자 골드바 판매 더 늘어5대 은행 일판매 100억 돌파 … 실버바까지 품귀영업점 문의 빗발 … 수급 비상에 구매해도 배송 지연
  • ▲ 금 ⓒ연합뉴스
    ▲ 금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으로 금 사재기 열풍이 일며 금 품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실물 금뿐 아니라 금 통장, 금 상장지수펀드(ETF) 등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더욱이 골드바 판매를 대행해온 은행들이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오히려 골드바 판매가 더욱 늘어나면서 포모(FOMO·유행에 뒤처지는 두려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이달 1일부터 13일까지 골드바 판매액이 총 406억345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동기 판매액(135억4867만원)의 3배, 전년 동기 판매액(20억1823만원)의 20배에 달한다.

    골드바의 주요 공급처인 한국조폐공사는 지난 12일 은행들에 골드바 공급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한 뒤 판매액은 더욱 급증했다. 5대 은행 판매액은 11일 49억8007만원에서 12일 57억4101만원으로 증가했으며 13일에는 108억3217만원으로 100억원을 넘었다.

    은행 관계자는 "일선 영업점에 골드바 구매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며, "지난주에 구매한 고객이라도 배송까지 최소 2주 이상 소요될 수 있다"고 전했다.

    골드바 품귀 현상 속에서 대체 상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우리은행의 13일 기준 골드뱅킹 잔액은 총 8969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골드뱅킹은 통장 계좌를 통해 금을 사고팔 수 있는 상품으로 이 세 은행의 잔액이 9000억원에 육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골드바와 함께 주요 시중은행들은 14일부터 실버바 판매까지 중단했다. 이는 금값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골드바 품귀 현상이 발생하고 이에 따른 풍선효과로 실버바 구매 수요가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금거래소는 실버바 공급 중단을 통지했고 공급 중단 기한은 3월까지지만 변동 가능성도 있다.

    업계는 이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금 가격 강세가 주목된다"며, "실질금리가 급등을 초래하는 일시적 혹은 예상 밖의 경기침체 쇼크가 없으면, 금과 은 가격의 동반 상승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은행들은 실물 금과 은의 수요 확보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조폐공사가 골드바 공급 중단을 선언한 이후에도 한국금거래소, 삼성금거래소 등 다른 공급처를 통해 골드바를 수급하고 있지만 원활한 공급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2일 골드바 판매를 중단한 뒤 17일부터 실버바 판매도 중단할 예정이다. 17일부터 1kg짜리 골드바 판매는 재개되지만 배송에 약 5주가 소요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LS그룹 계열사인 LS MnM에서 공급받아 자체 제작하는 10g, 100g, 1kg 골드바를 판매하고 있다. 다만 그동안 한국금거래소에서 공급받은 1g, 3.75g, 37.5g 골드바는 지난 14일부터 판매를 중단했다. 실버바도 같은 날부터 판매하지 않는다.

    하나은행은 한국금거래소의 1kg짜리 골드바만 판매하며 실버바는 애초에 판매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14일부터 조폐공사와 한국금거래소에서 공급받은 모든 종류의 골드바와 실버바 판매를 중단했다.

    NH농협은행은 한국금거래소(3.75g, 10g, 100g, 1kg)와 삼성금거래소(37.5g, 187.5g, 375g)에서 골드바를 수급해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