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세종시 최근 잇따라 하락거래…일부 아파트 가격 '반토막'집값 하락에 전세가율 4개월째 오름세…충북 증평 88.2% 육박"대외경제 불확실성 해소되더라도 초양극화 시대 돌입할 것"
  • ▲ 부산 동래구와 금정구 일대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 부산 동래구와 금정구 일대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지방 부동산시장이 심각한 침체에 빠졌다. 집값이 수억원씩 떨어지고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오름세를 보이면서 깡통전세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대외경제 불확실성이 해소돼도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는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28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지방 부동산시장 침체는 계속되고 있다. 5대광역시(-0.06%), 세종(-0.08%), 8개도(-0.03%) 모두 하락세를 이어갔고 대구(-0.11%), 경북(-0.10%), 광주(-0.06%), 부산(-0.06%) 등 도시 또한 하락세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세종시의 경우 매물이 적체되고 거래가 부진한 상황이다. 한때 '행정수도 이전' 이슈로 급등했던 세종시 부동산시장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과거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한 상태다.

    일례로 지난 2020년 8월 14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 기록을 썼던 세종시 대평동 '해들6단지e편한세상세종리버파크' 전용면적 99㎡는 지난달 23일 7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반토막났다. 

    또 소담동 '세종중흥S클래스리버뷰' 전용 98㎡도 지난달 18일 7억4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대비 5억6000만원이 떨어졌다. 한솔동 '첫마을3단지퍼스트프라임' 전용 84㎡의 경우도 지난달 5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이곳은 4년 전인 2021년 1월 10억2500만원에 거래됐던 곳이다.

    대전 아파트 가격도 최근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전 중구 대장아파트로 불리는 '대전목동더샵' 전용 59㎡는 2023년 10월만 해도 4억25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지만 지난달 동일 면적대가 3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유성구 용계동 '도안우미린트리쉐이드' 전용 123㎡도 지난달 9억4630만원에 거래됐는데 1년전 10억4090만원에 비하면 1억원 가까이 하락한 가격이다. 

    이처럼 지방 아파트가격이 하락하면서 전세가율도 4개월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매매가와 전세가 갭이 줄어들면 투자 수요가 붙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엔 경기침체와 대출규제 등으로 거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집주인뿐 아니라 임차인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 ▲ 대구 한 미분양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 대구 한 미분양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한국부동산원 집계를 보면 지난 1월 기준 지방 아파트 전세가율은 74.9%다. 이는 지난해 9월 73.2%에서 4개월째 오름세로 매매가격이 전셋값보다 더 빠르게 떨어진 영향이다. 지난달 지방 아파트 전세값은 0.02% 하락했지만 매매가 낙폭의 경우 0.21%에 달했다.

    지난달 기준 아파트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충북 증평으로 88.2%에 육박했다. 이외에 △전북 김제(87.4%) △경남 창원마산합포(86.8%) △충남 보령(86.8%) △충북 청주서원(86.7%) △전남 목포(86.6%) △경남 사천(86.1%) △경기 여주(85.9%) △경남 함안(85.2%) △울산 동구(84.8%) 등이 뒤를 이었다. 

    통상적으로 전세가율 80%를 넘으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는 깡통전세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전세가율 상승세가 임차인의 주거불안을 키우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청주 서원구에 있는 전용 84㎡ 아파트는 최근 3억9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달 동일평형이 보증금 2억8000만원에 전세 세입자를 들였다. 매매가와 전세값 차이가 2900만원에 불과했다. 김제 한 구축 단지 전용 59㎡의 경우 매매가와 전셋값이 6000만원으로 동일했다. 

    이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서울과 지방 간 부동산 양극화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에선 여전히 공급부족 이슈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가격이 유지되거나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지방은 수요부진과 공급과잉이 맞물리며 가격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올해 서울과 지방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본다"며 "향후 주택시장은 '상저하고'가 아닌 '상고보합'으로 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어려워지면 통상 자산가들은 재산이 늘고 서민은 생활이 더 어려워지는 등 소득과 자산 격차가 커지게 된다"며 "대외경제 불확실성도 커서 국내 정치에 안정이 온다 하더라도 국내 부동산시장은 초양극화 시대로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