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쪽 중재안' 토대로 논의 … 이후 전권외교회의서 협약 채택미국 파리협정 탈퇴 등 정세 악화 … 이해관계 첨예하게 대립"이해관계 근본적으로 엉켜 … 자연스러운 수요 억제로 해결"
  • ▲ 작년 12월1일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 중인 플라스틱 오염 종식 국제협약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연합뉴스
    ▲ 작년 12월1일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 중인 플라스틱 오염 종식 국제협약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부산에서 타결되지 못한 플라스틱 오염 종식 국제협약 성안을 위한 협상이 8월 스위스에서 다시 열린다. 다만 올해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 정세가 복잡해져 뚜렷한 성과를 도출하기 더욱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6일 환경부에 따르면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위한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 속개 회의(INC-5.2)가 8월 5∼14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제네바사무소 팔레스 데 나시옹에서 개최된다.

    앞서 국제사회는 2022년 3월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는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2024년까지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예정대로면 마지막 담판이 돼야 했을 작년 11월 부산에서의 5차 협상위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끝났다. 주요 의제인 플라스틱 생산 규제와 '우려 플라스틱·화학물질' 관리와 개발도상국의 협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 등을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회의에서 핵심으로 꼽히는 '1차 플라스틱 폴리머'(화석연료에서 추출한 플라스틱 원료 물질)와 관련해 100여 개국이 '부속서로 생산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방안'을 지지했지만 산유국들이 생산 규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며 회의는 사실상 파행 수순을 밟았다.

    그나마 플라스틱 제품 디자인, 폐기물관리 등의 의제와 관련해서 의견 수렴이 이뤄졌다는 데 긍정적인 평가가 있었다.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정부간협상위원회 의장은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기존의 70장이 넘는 협약 문안을 약 22장으로 줄인 5차 중재안을 제안하며 회의를 올해 속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8월 열릴 속개회의에서는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 협상위 의장이 지난 협상위 막판에 내놓은 22쪽의 중재안을 토대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속개회의에서 협상이 마무리되면 내년에 전권외교회의가 개최돼 협약이 채택된다.

    다만 올해 들어 국제 정세가 더 복잡해져 향후 협상 전망마저 그다지 밝지 못하다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파리협정을 탈퇴하는 등 지정학적 상황이 더 긴장된 상태로 변하면서 스위스에서 재개된 협상에선 합의를 방해하는 흐름이 더 강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우리 정부조차 앞선 플라스틱 협약에서 진일보한 타결을 해야겠다는 입장이 분명히 안 보였다"면서 "무엇보다 트럼프가 다시 화석연료의 중흥을 이야기하며 파리협정을 탈퇴하고, 산유국의 입김이 여전히 강한 상태에서 향후 협약도 낙관적으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관수 영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도 "협의를 재개하더라도 플라스틱의 자원을 생산하는 산유국과 피해국, 환경단체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다 보니 이견 조율에서 지속적인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이해관계에서 발생한 근본적인 문제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면서 "플라스틱 대체 물질을 개발하고, 널리 상용화해 플라스틱에 대한 수요가 자연스럽게 감소하게끔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글로벌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인류 공동 과제인 만큼 유의미한 성과는 거둘 공산이 있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플라스틱 제품 사용으로 인해 유발되는 미세 플라스틱의 경우 환경뿐 아니라 우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면서 "전 세계적으로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점진적으로 해결책을 찾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등 우수한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 제도를 바탕으로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산업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며 속개 회의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