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부에 추경 편성안 국회 제출 요구정부, 재원 마련에 '골머리'…국채발행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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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회동을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정치권이 민생 회복과 미래산업 지원 등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하라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2년 연속 '세수 결손'으로 재원 조달 방안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는 국채 발행을 통한 경기 부양과 재정 건전성 악화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23일 국회와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정부에 3월 내 추경안을 편성해 제출할 것을 요구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추경 편성의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현재 정부는 추경 규모와 내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여야가 '민생을 챙긴다'는 정치적 이미지만 부각할 뿐 추경에 필수적인 가이드라인에는 전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본예산과 달리, 추경은 구체적이고 명확한 콘셉트와 목적에 맞춰 편성하는 것"이라며 "아무런 가이드라인도 없이 밑도 끝도 없이 추경안을 가져오라고 하면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예를 들어 쟁점 현안인 전국민 25만원 민생지원금(소비쿠폰)을 추경에 반영할지 여부에 따라 추경의 내용은 전면적으로 달라진다. 각 부처가 기재부에 추경사업을 요구하는 단계부터 혼선이 불가피하다.예산 당국 관계자는 "한정된 재원에서 민생지원금을 반영한다면 사실상 쿠폰추경으로 추진하는 것이고 정반대로 민생지원금을 배제한다면 그 금액만큼 다양한 예산사업을 집어넣어야 한다"며 "그런 큰 윤곽이 정해져야만 실무적으로 추경편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정부가 여·야·정 3자가 참여하는 국정협의체에서 추경의 기본 원칙을 신속히 합의하자는 종전 입장을 유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연합뉴스
일각에선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 공방으로 국정협의체가 파행하고 여야 원내지도부 역시 핵심 쟁점에서 아무런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사실상 추경 논의는 공전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다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 추가 재정 투입 등 특단의 돌파구가 절실하다"고 말한 만큼 정부가 내부 협의를 거쳐 추경 편성안을 제출할 가능성도 존재한다.이럴 경우 정부 입장에서는 추경 규모나 내용보다 재원 조달 방법이 최대 고민거리다.추경을 편성하게 될 경우 국채 발행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국채를 발행해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 매입토록 하고 돈을 빌려 추경 재원을 마련한다.다만 세수보다 지출이 많아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재원을 충당하게 되면 나중에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나라빚으로 고스란히 쌓이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이미 올해 국고채 총발행 규모가 197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고 국민 부담으로 이어지는 적자국채는 80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또 국채 발행이 증가하면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서(채권값 하락) 시장금리 전반을 끌어올릴 가능성도 크다.전문가들은 경기가 극도로 위축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정치적 상황 논리에 매몰되어선 안 된다는 지적한다.류덕현 중앙대 교수(경제학)는 "예산 편성권을 가진 정부에 추경 논의를 끌어갈 일차적 책임이 있다"며 "여야 협의와 별개로 정부가 경기 대응에 필요한 정책 대안을 만들어 국회에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