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질환연합회 "투쟁 대신 대화, 환자도 참여 원해"궐기대회 예고에 불안감 커져 … 투쟁 확장 기류 우려전문가단체 역할이 중요 … 출구전략 모색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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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와 국회에 대화를 제안하면서도 궐기대회를 열어 투쟁에 돌입한다. 사태 해결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다각적 전략으로 해석되나 1년이 넘게 지속된 갈등에 환자들은 지쳐가고 있다. 탄핵 후 혼란 정국 속 실력 행사가 아닌 소통이 중요하다는 중론이다.11일 의협은 투쟁 로드맵에 따라 오는 13일 용산 의협회관에서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열어 대선기획본부를 출범하고, 의대증원 중단과 의료개혁 재논의 등을 촉구하기 위해 20일 숭례문 인근에서 전국의사궐기대회를 개최한다.흡사 의료대란 초기로 돌아간 양상으로 비친다. 가운을 벗고 거리로 나선 의사의 모습은 환자에겐 공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는 지속되고 있으며 갈등 봉합의 조건이었던 '증원 0명-의학교육 정상화' 협상도 수포로 돌아가는 모양새다.그러면서도 의협 집행부는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간 수많은 대화 요구를 거부한 '불통 단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대통령 탄핵 이후 급격히 태도가 변화한 것이다. 성명과 브리핑 등을 통해 "정부와 국회와 함께 소통하자"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지난 10일 김택우 의협회장은 "무너져버린 의료와 의학교육 정상화를 위해선 행정부와 입법부 모두 함께해야 한다"며 "향후 정부와 국회, 의료계가 어떻게 소통할지 고민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문제는 대화를 원하면서도 투쟁을 먼저 심어놓았다는 점이다. 자칫 원하는 대로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국민을 볼모로 자행되는 대규모 파업, 휴진을 선택하겠다는 압박으로 읽힌다. 이 지점에서 공감대는 사라졌다.의료계 내부, 특히 회장과 부회장 사이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대화와 투쟁이라는 이율배반적 전략을 구사하며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견이 나온다.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의대생과 전공의는 정책에 반대해 스스로 투쟁을 선택한 것이지만 선택권조차 없는 환자들은 지쳐가고 있다. 지금도 의료대란의 피해를 받고 있는데 투쟁 로드맵이 설정된 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그는 "대화의 자리에 왜 항상 희생양이 된 환자를 배제돼야만 하는가. 환자 피해가 논의되지 않는 상황에서 학생과 전공의 문제만을 푸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이제라도 환자도 함께 대화해 출구전략과 봉합의 지점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실제 다수의 환자는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벌어진 의사들의 투쟁 탓에 진료, 수술이 밀리는 피해를 경험했다. 초과사망 기준에 대한 갑론을박은 여전하지만, 의료대란으로 사망한 사례는 점차 쌓여가고 있다.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은 투쟁 로드맵을 발표하면서도 국민 피해를 주는 행위에 대해선 의협 집행부도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의사들이 환자 곁을 떠나 진료를 안 하고 병원 문을 닫는 것이 과연 의협이 보여줘야 할 모습인가에 대해서 의협 집행부는 굉장히 회의적"이라며 "국민의 불편을 초래하는 실력 행사가 아닌 이성적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그는 "우리가 말하는 의료정상화는 2024년 2월 이전의 상황, 신체적 한계로 병원 방문이 어려운 분들은 제외하고 대부분은 의료를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었던 그때로 돌아가도 거기에 더해 잠복해 있던 의료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이 발언에 의미를 더하고 투쟁 노선을 억제하는 것이 전문가단체의 역할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날 국회가 제안한 '공론화 기구' 참여 답변을 내놓는 것도 바람직한 결정이라는 의료계 원로들의 의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