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발란 기업회생, 유통업계 유동성 악화 롯데웰푸드·현대면세점 희망퇴직 진행 애경산업·피자헛 매물로 … "버티는 게 경쟁력"
  • ▲ 현대면세점이 올해 시내면세점을 축소운영하고 조직효율화를 추진한다. 현대면세점 무역센터점 전경ⓒ현대면세점
    ▲ 현대면세점이 올해 시내면세점을 축소운영하고 조직효율화를 추진한다. 현대면세점 무역센터점 전경ⓒ현대면세점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유통업계가 벼랑 끝에 서 있다. 티메프(티몬·위메프), 홈플러스, 발란 등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매장 철수, 인력 구조조정, 매각 등 생존을 위한 강도 높은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미국발 고관세 정책으로 고환율과, 규제 강화 등 외부 변수는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유통업계는 급변하는 소비 지형과 대외 리스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전환의 시점을 맞고 있다. [편집자주]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 압박’에 소비 위축까지 겹치면서 유통업계는 생존을 위한 인력 구조조정 등 고강도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자본잠식과 반토막 난 영업이익 등 유동성 악화에 직면한 유통기업들은 문을 닫거나 버티기에 들어간 상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명품 플랫폼 업계 1위 발란은 명품 이커머스 외에 수익을 다변화할 구조를 갖추지 못한 채 실적 악화를 겪었고 결국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명품 보복소비로 컸던 발란의 거품이 꺼진 것이다. 발란은 2015년 설립 이후 단 한 해도 영업이익 흑자를 내지 못했고 2023년부터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업계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면서 유통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팽배하다. 매출 비중이 큰 홈플러스에 납품해오던 중소 협력업체는 물론 식품업계 대기업들까지 직격탄을 피해갈 수 없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부채비율이 1408.6%로 국내 상장사 평균(2023년 기준 108%)의 액 14배 수준이다.

    면세점 업계도 업황 악화로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신라·신세계·현대·HDC신라 등 국내 대기업 계열 면세점 다섯 곳의 영업손실은 총 3054억원에 달했다. 

    이에 현대면세점은 시내면세점 경영 효율화 추진 일환으로 오는 7월 동대문점 폐점과 무역센터점 운영을 축소한다. 2021년 12월 31일 이전 입사한 부장 이하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진행 중이다.

    앞서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도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롯데면세점은 롯데월드타워점 매장 면적을 30% 줄였고 부산점은 1개 층으로 축소했다. 신세계면세점은 부산점 사업에서 철수했다.

    식품업계에서도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롯데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웰푸드는 최근 희망퇴직을 시작했다. 회사 측은 “사업 효율화와 미래 경쟁력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부터 기업회생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피자헛은 법원에 인수합병 매각 주간사 선정 및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 ▲ 발란 공유 오피스에 ‘발란 전 인원 재택 근무’라고 적힌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뉴시스
    ▲ 발란 공유 오피스에 ‘발란 전 인원 재택 근무’라고 적힌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뉴시스
    유통 대기업의 전체 직원 수도 감소했다. 주요 유통사 사업보고서 등을 종합하면 업체별로 보면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 포함)의 직원 수는 2만4548명으로 전년(2만6013명)보다 10465명(5.6%) 감소했다. 롯데쇼핑 직원 수도 같은 기간 1만9676명에서 1만8832명으로 844명(4.3%) 감소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전사적 희망퇴직을 시행고 롯데쇼핑 계열 이커머스 플랫폼인 롯데온도 두차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편의점도 예외가 아니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 직원 수는 정규직 기준으로 2023년 6342명에서 지난해 6061명으로 4.4% 감소했다.

    유통업계가 줄줄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이유는 단순한 실적 부진 때문만은 아니다.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전환, 온라인 소비 가속화, 체험을 중시하는 자유 여행객(FIT)의 증가 등 글로벌 소비 트렌드 변화 속에서 기존 유통 모델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의 미·중 간 관세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에 업계 전반에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유통업계 전체가 옥석 가리기 국면에 들어섰다”며 “위기에 대비한 체질 개선이나 새로운 포트폴리오 없이 단일 사업에만 의존해온 기업은 결국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제는 버티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라며 “생존을 위한 전략적 재편 없이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