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갈등 심화…"슈퍼컴에 사용 가능한 H20 수출 제한"엔비디아 시간외서 6% 이상 급락…삼전·SK하닉도 2%대 하락"엔비디아 매출 감소 우려가 시장에 반영"…"장중 변동성 유발"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서명된 행정명령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서명된 행정명령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 H20 칩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주들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49분 기준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47% 하락한 5만5200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SK하이닉스도 2.60% 내리며 17만5900원을 나타내고 있다. 한미반도체(-2.81%) 등 관련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 정부가 엔비디아의 H20칩에 대한 대(對)중국 수출 시 라이선스를 요구하면서 해당분 매출 감소 우려가 반영되고 있는 듯하다"며 "이에 마이크론과 브로드컴도 시간 외서 3%대 약세를 보이는 등 반도체주 전반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무역 압박을 강화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소(SEC) 공시를 통해 "지난 9일 미국 정부가 H20 칩이 슈퍼컴퓨터에 사용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이유로 중국 수출을 제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H20 칩 재고, 구매 계약, 관련 비용 등을 모두 반영해 총 55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회계 처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내용이 발표된 직후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약 6% 급락했다.

    H20 칩은 현재 중국 시장에서 판매 중인 엔비디아 칩 가운데 가장 최신 모델이다.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텐센트·알리바바·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등 주요 중국 IT 기업들이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수요 급증에 따라 올해 1분기 160억 달러 이상 주문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H20 칩은 다른 제품에 비해 연산 능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추론 단계에서 높은 성능을 보이고 고속 메모리 및 기타 칩과의 연결성이 뛰어나 슈퍼컴퓨터를 만드는 데 유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2022년부터 중국으로의 최첨단 반도체 수출을 규제하고 있지만 그간 합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AI 칩으로 평가받았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관세 협상 진행 소식, 미국 은행주 호실적 등 상방 재료가 상존함에도 엔비디아 발 악재가 장중 변동성을 유발할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H20 수출 제한 조치가 주가에 부담을 주겠지만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며 "미·중 간 포커게임의 일환이며 엔비디아는 미국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자 AI를 실현하는 유일한 반도체 제조사"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