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대건설사 분양비중 전체 50% 육박…매년 증가세해외수주액 2020년이후 최대…수주액 65.6% 상위 20개사
  •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건설경기가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건설사들이 '선별수주'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건설 경우 최근 5년중 최대실적을 기록하며 상반된 수주행보가 나타났다.

    이처럼 국내외 상반된 수주환경 속 중견건설사는 양쪽 모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도시정비사업 수주에선 브랜드 쏠림현상으로 일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해외에선 여전히 대형사 대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5구역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전날 오후 3시까지 수의계약을 위한 시공사선정 입찰을 진행했다. 제안서는 DL이앤씨가 단독으로 제출했다. 앞서 지난해 두차례 진행된 시공사선정 입찰에서도 DL이앤씨만 참여해 유찰됐다. 

    관련법에 따라 시공사선정에 한곳만 입찰하면 경쟁입찰이 성사되지 않아 유찰되는데 2회이상 유찰될 경우 조합원 의결을 통해 특정건설사와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

    개포주공6·7단지도 최근 수의계약 전환절차를 밟고 있다. 해당사업장은 두차례에 걸친 현장설명회에 현대건설만 단독 참여했다. 잠실우성 1~3차 역시 GS건설 단독입찰이 예상되면서 수의계약으로의 전환이 유력한 상태다.

    정비업계에선 이같은 수의계약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 원자재가격 상승과 인건비 상승, 고금리, 부동산 경기침체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건설사가 수익성을 확보한 일부사업장을 제외하고 보수적으로 수주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조합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대형건설사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점이다.

    부동산R114 집계를 보면 지난해 전국 24만1866가구 분양물량중 12만538가구가 10대건설사에서 시공했다. 이는 10대건설사가 수주한 도시정비사업 물량이 전체의 절반에 가깝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국 분양시장에서 10대건설사 비중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21년 29% 수준에 불과했지만 2022년에 35%, 2023년에 44%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절반을 차지했다. 이같은 추세는 심화돼 올해 분양시장에서 10대건설사 비중이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 ▲ 사우디아라비아 우쓰마니아 에탄 회수처리시설 현장. ⓒ현대건설
    ▲ 사우디아라비아 우쓰마니아 에탄 회수처리시설 현장. ⓒ현대건설
    해외건설 수주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내 도시정비 수주와 달리 해외에서는 공격적인 수주에 나서고 있는 건설사들이지만 수주액 대부분이 대형건설사에 집중돼 있다.

    해외건설협회 집계를 보면 지난 1분기 국내기업의 해외건설수주액은 82억1000만달러로 전년동기 55억2000만달러보다 48.7% 늘었다. 1분기 수주액이 80억달러를 넘은 건 지난 2020년 112억달러 기록후 5년만이다.

    다만 해외건설 수주에서도 대형건설사와 중견건설사의 양극화 현상은 같은 모습을 보였다. 

    지난 1분기 해외수주 상위 10개기업중 중견사는 총 9곳으로 이 가운데 시공능력순위 상위 20대건설사는 6곳이었고 나머지 3곳이(삼성E&A·쌍용건설·성도이엔지) 그 이외 건설사였다. 

    수주액으로 보면 지난 1분기 상위 10개기업이 수주한 67억5500만달러 가운데 시공능력순위 상위 20대건설사 수주액은 44억3800만달러로 전체 65.69%를 기록했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중견건설사는 지금 한마디로 돌파구가 안 보이는 상황이다"며 "올해 벌써 중견건설사 9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위기감이 돌고 있는 상황이지만 국내에서는 선별수주로 대형건설사 선호가 더 커졌고 해외에서는 아직 대형건설사 대비 기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고 신사업 진출도 업두가 나지 않은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중견·중소건설사는 현지 네트워크와 인력 등 한계로 해외진출에 도전하기 쉽지 않고 특히 해외건설 인력 양성은 대기업들도 힘들어하는 부분이다"며 "정부가 그동안 발표한 지원사업과 정책방안에서 상대적으로 중견건설사는 소외된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견건설사들이 장기적으로 해외건설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해외시장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중견건설사의 해외수주 비중이 지금보다 더 확대돼야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며 "기업 스스로의 투자와 준비도 필요하지만 여력이 부족한 경우 정부가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견건설사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통해 해외진출 발판을 마련하는 방안도 있다"며 "해외시장 조사와 수주영업을 하는 데 드는 비용 등을 정부가 일부 지원해 주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덧붙였다.